정부가 내년도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보급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과목과 시기를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국어와 기술·가정 등의 과목은 초·중·고에 모두 도입을 보류하고, 사회, 과학 등은 1년 늦추기로 한 것이다.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 AI 교과서 도입 교과목을 조정하고, 도입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내년도로 예정한 기존 계획은 그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은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서 AI 교과서를 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학교에서 AI 교과서가 쓰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정식 교과서’로 운영할 방침이었지만, 야당 반대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이 상태라면 AI 교과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자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 AI 교과서 도입 속도 조절
교육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 교과서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방안은 작년 6월 발표한 내용 일부를 수정한 것이다.
정부가 작년 발표한 내용을 보면 내년 영어, 수학, 정보 과목을 시작으로, 2026년에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등 AI 교과서 적용 과목을 확대한다. 이후2028년까지 공통국어, 통합사회, 한국사, 통합과학 등을 도입한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서는 AI 교과서로 국어, 기술·가정 등을 수업하면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어의 경우 문해력이 떨어질 수 있고, 기술·가정은 실기 위주라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AI 교과서 도입 시기와 적용 과목을 조정하자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 현장 교사, 학부모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정을 하게 됐다”고 했다.
도입이 1년 미뤄진 사회·과학 과목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금은 디지털 기술을 지혜롭게 사용해 잠자는 교실을 깨울 때”라며 “AI 교과서가 처음 도입돼 선생님들에게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교실과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서 사용 여부 불투명
교육부는 AI 교과서 도입 과목과 시기 일부를 조정했지만, 내년도부터 교육 현장에 이를 도입한다는 계획은 유지했다.
그러나 실제 학교에서 쓰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격하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AI 교과서는 법적으로 학교에서 써야 하는 ‘정식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가 된다. 다수당인 야당은 개정안의 국회 법사위, 본회의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교과서는 학교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반면 교육자료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책 안정성 차원에서라도 AI 교과서를 단순 교육 자료가 아닌 교과용 도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AI 교과서가 막대한 예산이 들고, 학생들 문해력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쓸 수 있는 AI 교과서 76종을 확정했다. 학교에는 내달 2일 공개돼 선정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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