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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성환 ISO 회장 “표준 패권 경쟁 치열… 정부·기업 ‘원팀 코리아’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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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11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11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표준 분야에서 ‘원팀 코리아’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표준 논의를 강하게 드라이브 걸 조직이 필요하다. 표준 전문가를 키우고, 표준을 개발할 지속적인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은 지난 21일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표준에 기반한 계획을 입안하고, (계획을) 추진하고, 그 과실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올해 1월 ISO회장에 취임했다. 한국인 최초 국제표준기구 수장이다. ‘자국우선주의’ 확산으로 국제 표준 논의가 ‘기술 패권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최일선에서 지켜보고 있다.

조 회장은 한국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으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꼽으면서도,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을) 반도체와 자동차가 먹여 살렸는데, 미래 먹거리는 무엇인가. 바로 첨단산업과 국제표준”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ISO 회장 출마 당시 공약으로 제시했던 ‘세계표준포럼’ 개최를 최근 성사시켰다. 개최지는 서울이다. ISO와 함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세계 3대 표준기구가 모두 참여한다. UN까지 합세해 행사 규모는 더욱 커졌다.

공식 명칭은 ‘국제 AI 표준 서밋’이다. 그는 “(AI 표준 수립과 관련해) 데이터 접근 방식, 기술 규범, 윤리적 기준에서 각국의 생각이 다르다”면서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AI와 관련한 공동선언이 채택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11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11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회장 취임하고 약 1년이 됐다.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지난해에는 당선인 신분으로 1년간 기구를 참관하며 ISO 생태계를 체득했다. 올해는 구체적인 이행에 초점을 맞췄다. 가능한 많은 회원국과 소통했다. 전문가의 제언을 듣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행사에 참여했다.”

―가장 최근의 활동은 무엇이었나.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다녀왔다. 현장에 ISO 부스를 차리고,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표준의 역할을 알렸다.”

―많은 사람들이 표준을 정확히 모른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표준은 어떤 역할을 하나.

“여러 기후변화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표준은 바로 이 기준을 설정하는 일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고 하지 않나. 줄인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기술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그 효과를 어떻게 계량할 것인가. 이러한 논의가 표준이 다루는 분야다.”

―EU의 탄소국경제도(CBAM) 등 기후변화가 국가·기업의 이권과 직결되고 있다. 이걸 측정하는 표준 분야에서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그렇다. 특정국가가 수립한 국가 표준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다. 이렇게 수립된 표준에는 그 나라의 사정이나 기술 수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첨단산업에서 표준 패권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에는 이러한 표준이 하나의 허들이 되는 건 아닌가.

“꼭 그렇진 않다. ISO의 의사 결정은 회원국의 투표로 이뤄진다. 선진국도 1표, 개도국도 1표다. 개도국이 표준 작업에 참여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또 개도국 입장에서는 또 국제표준을 활용해서 기술을 도입,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ISO 제rhd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ISO 제rhd

―한국의 발전 모델이 그랬던 것 같다. 국제표준에 맞춰 발 빠르게 기술을 도입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루지 않았나.

“그렇다. 산업화를 처음 할 때에는 그렇게 했다. KS표준도 만들었다.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국제기준을 만들어 주도하는 시대에 와 있다. 예전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 대표적이다.”

―’패스트 팔로워’로는 잘 쫓아왔는데, ‘퍼스트 무버’로서는 너무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우리 민족은 세계 최초를 많이 갖고 있다. 금속활자부터 해서 우리만의 문자도 있다. 우리는 창의적인 민족이다. 산업화와 근대화가 늦어진 것은 맞다. 일제 강점기 이후 6·25 전쟁을 겪고나서 경제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진 기술과 국제 표준을 빠르게 쫓아가며 지금의 10대 경제규모 국가로 성장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고속성장 이후 IMF 외환위기를 겪고, 이후로는 반도체와 자동차가 먹여 살렸는데, 미래 먹거리는 무엇인가. 결국 첨단산업과 국제표준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제 표준 논의의 최대 화두는 무엇인가.

“앞서 말한 탄소중립과 함께 인공지능(AI)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다. AI는 각국의 정책과 기술이 집약된 분야로, 윤리적 사용과 데이터 보호 등 중요한 이슈를 담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상호 운용성 역시 국가 간 협력과 앞으로의 표준 활용의 필수 조건으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글로벌 표준 논의에서 한국의 참여는 어떠한가. 올해 첨단산업 국가표준화전략을 발표했는데, 이후 기업 등 주요 경제주체의 참여가 활발해졌나.

“아직 피부로 와닿진 않는다. 표준 활동에서 기업의 참여는 30%남짓으로 알고 있다. 표준은 정부·기관에서도 쓰지만, 결국은 기업과 같은 민간영역에서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한국은 학계나 연구기관, 정부에서는 적극 참여하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은 잘 되나.

“좀 더 짜임새있게 진행돼야 한다. 대표적인 게 AI다. 관련 부서가 너무 많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은 많은데, 표준화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준에서 출발해 가이드를 세우고, 이를 법제화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표준 분야에서 ‘원팀 코리아’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표준에 기반한 계획을 입안하고, (계획을) 추진하고, 그 과실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강하게 드라이브 걸 조직이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기구 수준으로 무게감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11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11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슬로건은 ‘미국우선주의’이다. 표준 분야에서도 이러한 자국 우선주의 논리를 내세우진 않을까.

“물론이다. 작년 5월에 백악관에서 표준과 관련한 페이퍼를 발간했다. 표준·기술 패권을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이었다. 표준과 관련한 각 기관, 심지어 FBI의 역할까지도 명시돼 있다. 미국의 국가표준협회(ANSI)의 신임 회장(CEO)으로 로리 로카시오 미국 상무부 표준기술차관 겸 NIST 디렉터가 내년 취임하는 것도 미국 정부의 국제표준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도 국제표준 논의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데.

“중국은 2018년 전후 표준에 대해 개선, 혹은 개혁을 했다. 조직과 기구, 운영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시진핑 주석이 연두교서에서 두 번 언급을 했고, 그걸 계기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했다.”

―국제표준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어떠한가.

“영향력까진 모르겠지만, 활동 범위와 양이 엄청나다.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통계는 없는데, 우리가 전문가리스트라고 하는 ‘표준전문가 명단’이 있다. ISO의 글로벌 디렉터리에 등록된 전문가가 2만여명인데, 중국이 관리하는 등록 전문가가 6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표준 전문가 풀은 어떤가.

“외국을 보면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우리 역시 학교 교수나 연구원, 혹은 기업에서 실무자로 관여해 오랫동안 한 업무를 맡아 온 전문가는 있다. 다만, 정부 부문의 표준 전문가가 아쉽다. 물론 담당하는 부처가 있긴 하지만, 거기서 업무를 맡는 사람은 인사 발령에 따라 정기적으로 다른 업무로 옮겨간다. 한 분야 종사기간이 너무 짧다. 근무 기간이 짧다보니 국제 네트워크도 약하다.”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풀 수 있나.

“국제표준 업무를 다룰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표준 전문가를 키우고, 표준을 개발할 지속적인 형태의 조직이 필요하다. KDI처럼 싱크탱크가 있어서 계속 국가 기술 표준을 지원하면서 정책에 반영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11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11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내년 서울에서 세계표준포럼이 열린다. 진행상황은 어떤가.

“행사 공식 명칭은 ‘국제 AI 표준 서밋’이다. 모태는 제가 제안한 세계표준포럼이다.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AI는 워낙 영향력이 큰 분야이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날짜는 12월 2~3일, 1박2일로 진행된다.”

―서밋이라는 명칭의 행사라면 어떤 ‘선언문’ 형태의 결과물이 나오는건가.

“그렇게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밝히가 그렇지만, ‘서울’이라는 의미도 있고, AI와 관련한 공동선언이 채택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AI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언어 이해력은 이미 평균적인 인간 수준을 상회했다. 똑똑한 AI의 등장으로 기대감이 커지는 이면에는 두려움도 있다.

“기술이 인간 문명 발전에 끼치는 영향을 긍정적으로 본다. AI도 그렇다. 특히 파급효과가 크다. AI의 한계를 정할 수가 없다. 심지어 인간의 생각하는 것까지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AI는 인터넷 혁명·디지털 혁명·모바일 혁명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작동되는지 모르는데 써야된다는 것, 그게 두려움의 근원이다.”

―AI 표준 논의가 활발한 듯하면서도, 정작 눈에 띄는 진전은 못 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표준화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윤리적, 법적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데이터 접근 방식, 기술 규범, 윤리적 기준에서 각국의 생각이 다르다.”

―앞으로 1년의 임기가 더 남았다. 남은 기간 내고 싶은 성과는.

“지금까지의 활동처럼 대중과 표준으로 소통하는 ‘표준대사’로서 ISO와 표준의 역할을 널리 알리고,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 임기를 마칠 때 ISO가 좀 더 신뢰받는 기관으로 평가되길 희망한다. 한국이 ISO 내에서 보다 높은 인지도를 갖게 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조성환 ISO 회장 : 1961년 생.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 부문으로 입사했다. 현대차 부사장 겸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을 지냈다.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겨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올해 1월 ISO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5년말까지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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