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부상 없으면 가능하다.”
KIA 타이거즈 사람들은 확실히 ‘왕조’란 말이 조심스럽다. 심지어 심재학 단장은 웃더니 “구단에서 그런 말은 안 쓰기로 했다”라고 했다. 대투수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왕조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도영(21)은 달랐다. 지난달 26일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MVP 트로피를 받은 직후 “그냥 부상만 없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난 내뱉고 지키는 걸 좋아한다. 왕조를 해야 할 것 같고, 해야 한다고 생각도 든다. 부상이 없어야 한다. 부상이 가장 큰 벽일 것 같다. 그렇게만 한다면 왕조는 문제없다”라고 했다.
왕조. 모든 구단의 꿈이자 로망이다. KBO리그에서 진짜 왕조는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해태를 시작으로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 2010년대 초반 삼성 라이온즈라는 시선이 많다. 꼭 연속 우승을 달성해야 왕조로 불릴 수 있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수년간 꾸준히 한국시리즈에 오르고, 우승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모든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숙명이 2연패다. 우승을 한 팀의 다음시즌 목표가 2위나 3위일 순 없기 때문이다. KIA 역시 통합 2연패를 목표로 달려야 하고, 현실이 된다면 양현종의 말대로 왕조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 우승을 했기 때문에 왕조의 초석을 다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숙명이다.
그런 점에서 김도영의 솔직한 발언은 매우 의미 있고, 박수 받을 만하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겠다며 책임감을 드러낸 것도 좋다. 김도영은 MVP 선정 직후 자신부터 내년에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치지 않게 웨이트트레이닝을 철저히 하고, 수비훈련을 좀 더 촘촘하게 하고, 타격은 올 시즌 정착한 자신의 매커닉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사실 김도영의 말이 맞다. 올해 주요멤버들은 내년에도 KIA의 주요 멤버들이다. 장현식이 FA 시장에서 LG 트윈스로 갔다. 그러나 올해 부진한 최지민이 부활하거나, 올해 트레드 어슬레틱센터에서 투구폼을 바꾼 유승철이나 김기훈이 내년에 필승조로 각성하면 충분히 메울 수 있는 공백이다. KIA는 젊고 유망한 투수가 많은 구단이다.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상태다.
타선은 상대적으로 베테랑 의존도가 높긴 하다. 최형우가 내년에 올해만큼은 못한다고 보는 게 보수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나성범의 애버리지를 감안하면 내년엔 올해보다 잘 할 확률이 높다. 김선빈, 김태군도 건재하다. 예비 FA 박찬호와 김태군은 성적이 바짝 오를 여지가 있다.
정말 김도영의 말대로 부상관리만 잘 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만하고, 그렇게 되도록 달려가는 게 맞다. 그리고 그 부상관리란, 정말 쉬운 건 아니다. KIA는 올해도 부상자가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지난 수년간 뎁스 강화에 성공한 덕분에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부상자를 줄이면 자연스럽게 전력 플러스 효과가 나올 것이다. 이미 프런트에서 부상발생 원인을 분석했을 것이고, 내년시즌 준비에 참고할 것이다.
단, 과제도 있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잡았고, 에릭 라우어의 보류권은 포기한 상황. 새 외국인투수를 잘 뽑아야 한다. 그리고 보류권을 지킨 소크라테스 브리토와의 재계약 혹은 교체를 잘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부 FA 서건창과 임기영을 잡아야 한다. 시간이 걸릴 듯하지만, 어쨌든 필요한 선수들이다.
KIA는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통합우승 기념 카 퍼레이드를 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 KIA의 통합우승을 축하했다. 그리고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V12 페스타를 갖고 올 시즌 마지막 스킨십을 마쳤다. 김도영은 충격(?)적인 여장을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팬은 KIA의 통합 2연패 및 V13을 기대할 것이다. 이제 KIA는 다시 출발선상에 서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임무를 안았다. 그것이 2025시즌의 숙명이다.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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