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상암 노찬혁 기자]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69)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HD는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을 치렀다. 포항이 연장 승부 끝에 3-1로 울산을 제압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코리아컵 최다 우승 구단(6회)로 올라섰다.
그러나 포항과 울산의 맞대결 만큼 관중석으로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바로 대한축구협회장 출마를 선언한 허 전 감독이 정 회장과 마주친 것이다. 정 회장이 킥오프 전 선수들을 격려한 뒤 내빈석으로 올라와 허 전 감독에게 먼저 인사했고, 웃으면 악수를 주고받았다.
정 회장은 올해 최악의 행정과 운영 능력을 보여주며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뒤 위르겐 클린스만을 경질했고,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축구 팬들은 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역시 대한축구협회(KFA) 감사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과 홍 감독 선임 절차 위반,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업무처리 부적정, 축구인 사면 부당처리 등 총 27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 개선을 지적하며 정 회장에게 자격 정지 수준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3선까지 성공한 정 회장은 4선 연임에 대한 뜻을 드러냈다. 정 회장이 4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12월 2일까지 체육회 공정위에 연임 심사를 위한 서류를 내야 하며, KFA에는 후보자 등록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허 전 감독이 대항마로 떠올랐다. 허 전 감독은 한국 축구 레전드로 평가 받고 있다. 선수 시절 1986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해 골을 기록했고,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견인했다. 이후 KFA 부회장,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허 전 감독은 KFA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현재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 못한 축구협회의 독단적인 운영 체계가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며 “축구를 위한 축구협회인데 축구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언론의 지적을 봤다. 많은 지적 속에서 눈군가는 축구인을 대변해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용기를 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8일 열린다. 선거운영위원회는 내달 12일 구성돼 본격적인 선거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새로운 KFA 회장이 되기를 원하는 허 전 감독과 4선을 바라고 있는 정 회장의 어색한 만남이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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