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영국에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이 EU의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산업정책에 참여하려면 대중국 무역정책도 EU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27일(현지시각) 조너선 레이놀즈 영국 기업통상부 장관은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과 인터뷰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 관세 문제를 다른 현안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관세 부과에 따른 상대국의 보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EU의 요구는 영국이 추진 중인 ‘메이드 인 유럽’ 정책 참여와 맞물려 있다. 영국은 자동차·화학·에너지 산업의 공급망을 EU의 산업 지원 체계에 포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EU는 영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낮게 유지할 경우 역내 산업 보호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가 영국을 거쳐 EU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EU의 주요 우려 사항이다. EU는 2024년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관세와 별도로 최대 35.3%의 상계관세를 적용해 총 관세율을 최대 45.3%까지 높였다. 반면 영국은 추가 관세 없이 중국산 전기차에 일반 승용차 관세인 10%만 적용하고 있다.
EU 내부에서는 영국이 EU와 관세동맹을 맺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EU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관세동맹이 성사되면 ‘메이드 인 유럽’과 중국산 제품의 우회 유입을 둘러싼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EU 관세동맹이나 단일시장 재가입을 정책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영국은 대중국 관세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영국 정부는 중국 기업의 현지 생산 투자를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체리(Chery)는 닛산의 영국 선덜랜드 공장을 활용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 인상은 중국 업체의 영국 내 투자와 차량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중국산 전기차의 영국 시장 점유율도 변수다. 올해 영국 신차 시장에서 중국계 자동차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은 16%까지 올라온 것으로 집계됐다. 닛산 유럽법인의 마시밀리아노 메시나 최고경영자는 최근 영국이 중국산 전기차가 EU 시장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될 위험을 지적하며 영국의 관세정책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EU와의 산업 협력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통상정책까지 동일하게 맞추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영국 기업통상부는 무역 조치를 EU와 독립적으로 결정하되 양측이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역 흐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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