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 M. 쿳시가 기억을 잃고 새 삶을 시작하는 이주민들의 도시 노비야를 배경으로 난민, 환대, 교육을 다룬 소설 ‘예수의 어린 시절’이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난민 소년 다비드가 있다. 그는 과거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스페인어권 도시에서 시몬과 이네스를 만나 새로운 가족 안에서 자란다.
노비야에 도착한 사람들은 집과 식량, 의료, 교통, 교육, 직업을 제공받지만 도시의 규율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겉으로 평화로운 이곳은 엄격하게 통제되는 사회로 그려진다.
다비드는 “우리가 왜 여기 있는 거예요?”라고 묻고 인간의 본성과 삶의 이유를 캐묻는다. 아이를 훈육하려는 어른들의 고민은 그 질문을 따라간다.
과거를 잃고 새 삶을 시작하는 노비야
배에서 어머니 이름이 적힌 편지 주머니를 잃은 다비드는 고아가 된다. 시몬은 다비드의 대부를 자처하고, 이네스에게 아이의 어머니가 돼 달라고 요청한다.
이네스는 시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다비드를 돌본다. 이 느슨한 가족은 아이가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지만, 다비드는 정해진 질서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다.
다비드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 돈키호테’를 읽으며 스페인어를 익힌다. 풍차를 거인으로, 돈키호테를 영웅이자 마술사로 받아들이는 아이의 시선도 서사의 한 축이다.
학교에서 엄격한 담임교사와 갈등한 다비드가 소년원에 갈 위기에 놓이자 시몬과 이네스는 노비야를 떠난다. 세 사람은 다시 머물 곳을 찾아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교육과 언어를 둘러싼 아이와 어른의 갈등
작품은 아이를 고결한 시민으로 길러야 한다는 교육과 행복한 어린 시절이 이후 삶의 토대가 된다는 교육을 나란히 놓는다. 다비드는 숫자 체계와 학교 교육을 거부하며 갈등을 키운다.
다비드에게 현재는 과거의 기억보다 앞선다. “아이들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살아요”라는 대사는 기억에 매이지 않는 아이의 태도를 드러낸다.
시몬은 노비야 사람들이 이전 세계의 기억을 잃고 단조로운 삶을 산다고 느낀다. 그는 삶에 부족한 무언가를 갈망하며 구원자가 답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노비야의 인물들은 낯선 언어를 배워 소통하며 살아간다. 작품은 이들의 이동과 정착을 통해 언어, 정체성, 정의, 사랑을 둘러싼 문답을 이어간다.
예수의 부재가 남기는 알레고리
제목과 달리 소설에는 예수라는 인물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다비드는 예수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로 놓여, 메시아적 암시를 남긴다.
다비드가 칠판에 쓰는 “내가 진리다”와 늙은 말이 사흘 뒤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말은 예수의 언행과 부활을 연상시킨다. 그는 자신이 구원자가 되고 싶다고도 말한다.
‘예수의 어린 시절’은 ‘예수의 학창 시절’, ‘예수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예수 3부작의 첫 작품이다. 이 3부작은 영화 ‘여기'(Aqui)의 원작으로, 영화는 2026년 5월 칸영화제 프리미어 부문에서 상영됐다.
쿳시는 부커상 2회 수상하고 200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그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묻는다.
△ ‘예수의 어린 시절’/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392쪽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