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 물량을 호르무즈 해협 쪽으로 돌리면서 오만만 일대의 해상환적 시설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원유 운송에 필요한 초대형 유조선(VLCC) 확보 경쟁까지 겹치면서 운임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동서 송유관이 지난 13일 공격을 받아 홍해 얀부항을 통한 원유 수출이 중단된 뒤 이달과 다음 달 인도분 원유 6000만배럴 이상을 오만 소하르 앞바다에서 선박 간 환적(STS)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STS는 한 선박에 실린 원유를 바다 위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방식이다.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오만만까지 운송한 뒤 다른 선박에 화물을 넘기면 제한된 선박을 반복 투입할 수 있다.
사우디가 이 방식을 대폭 늘리면서 유조선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이달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수출되는 사우디 원유가 하루 36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하루 약 90만배럴의 4배 수준이다.
하루 약 300만배럴이 추가되면서 원유 200만배럴가량을 실을 수 있는 VLCC 36~40척이 더 필요할 것으로 케이플러는 추산했다.
원자재 중개업체 오일 브로커리지는 사우디의 원유 수송 증가분만 처리하는 데 셔틀 운항용 VLCC 15척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얀부항의 정상화를 기다리며 지중해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VLCC도 약 20척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부족은 곧바로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까지 원유를 운송하는 VLCC의 하루 정기 용선료는 지난 21일 127만달러(약 17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우디뿐 아니라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산유국들도 호르무즈 해협 밖에서 STS를 이용하면서 오만만 일대의 환적 능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예인선과 작업 인력 등 관련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한 대기 행렬도 길어졌다.
에너지 분석업체 보르텍사는 호르무즈 해협 서쪽 항구에서 출발한 VLCC의 STS 물량이 지난달 말 이후 하루 약 600만배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르텍사의 에마 리 애널리스트는 “긴 STS 대기 행렬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혼잡이 심해지고 있다”며 통상 5~7일 걸리던 환적 작업이 최근에는 10일 가까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환적 지연이 길어지자 아시아 구매자들도 대체 경로를 찾고 있다. 일부 중국 업체는 인도 서해안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원유를 옮겨 싣거나 정유시설로 곧바로 보내달라고 공급업체에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가 운영하는 VLCC ‘골드 샤인’호는 이번 주 초 라스타누라에서 사우디 원유 200만배럴을 싣고 중국 취안저우로 향했다. 인근에는 아람코가 지분을 보유한 정유시설이 있다.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S-Oil)도 인도 서해안 바디나르 앞바다에서 STS를 하기 위해 VLCC 2척을 보내고 있다고 로이터는 중동 원유시장에 참여하는 트레이더를 인용해 전했다. 에쓰오일은 관련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주요 환적 거점인 링기 앞바다에서도 최근 원유 환적이 늘고 있다. 제한된 유조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동산 원유를 대형 유조선으로 한 번에 북아시아까지 운송하기보다 중간 해상에서 소형 선박으로 옮겨 싣는 방식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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