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방문
화려한 국빈 의전 속 사흘 연속 동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박3일간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25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5월 베이징에 이어 넉 달 만에 대좌했지만, 화려한 의전과 외교적 수사만 난무했을 뿐 예상대로 전면적인 갈등과 마찰을 해결하는 ‘빅딜’은 이루지 못한 채 헤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정오를 조금 넘겨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앞에서 악수하고 작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백악관에 복귀했고, 시 주석 역시 별다른 일정 없이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해 ‘에어 차이나’ 전용기를 타고 미국을 떠났다. 앞서 전날 백악관에서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이날 백악관 차담에 이은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방문을 끝으로 사흘간 함께하는 일정이 종료됐다.
25일 오전엔 두 정상 부부가 백악관에 모여 차담을 나눴다. 차담 장소는 벽지와 가구가 붉은색으로 꾸며진 백악관의 대표적 접견실 ‘레드룸’이었다. 붉은색이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중국 전통을 고려해 레드룸을 차담 장소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차담을 마찬 두 정상은 인근 국립문서기록관리청으로 이동해 마지막 공식 일정을 함께 했다. 이곳은 미 독립선언서와 헌법, 권리장전 등 미국 민주주의 기틀이 된 핵심 원본 문서들이 보관된 장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250년 역사가 있다”며 “중국엔 6000년 역사가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250년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방미 사흘 간 4차례에 걸친 만남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 주석에 대한 극진한 환대, 화려하고 성대한 각종 이벤트가 돋보였다.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시점까지 양국 정부의 회담 결과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회담 결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24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경제·무역, 한반도·대만·이란·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안보, 인공지능(AI) 안전 문제 등 세계 경제와 안보를 관통하는 이슈가 다양하게 다뤄졌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신화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무역 마찰과 관련, “양측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고 했으며, 대만 문제에 있어선 “미국 측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AI와 관련해선 “경쟁이 존재하지만, 협력 또한 가능하며 서로를 경계·방어하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는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 주석과의 회담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매우 생산적이었다.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고, 백악관 차담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고, 양국 모두에 매우 긍정적인 커다란 진전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회담 결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회담이 매우 잘 진행됐다는 겉만 번지르르한 외교적 수사를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반복한 것이다. 다만 이란 문제에 있어서는 양국 정상회담에 배석한 데이비드 퍼듀 중국 주재 미국 대사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란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는 걸 매우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 23일 양국이 11월10일 종료되는 양국 간 무역전쟁 휴전을 내년 1월 10일까지 2개월 연장하는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고, AI 관련 사고가 벌어졌을 때 서로 통보하는 ‘핫라인’ 구성 제안을 중국이 동의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이들 사안 역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최종 결정을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진전이 있었다. 중국과 지난 몇주 동안 협상하며 이룬 성과에 관한 훨씬 자세한 내용을 월요일(28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어 대표의 이러한 예고와 일반적으로 정상 간의 양자 회담 결과는 두 당사국이 발표 시점을 맞추는 외교 관례를 고려하면 정상회담 결과는 28일에야 공개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시 주석의 국빈 방문에서 확인된 것은 미·중 경쟁이 당장 충돌로 번지는 것은 막아보자는 양측 공감대를 확인한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양자(兩者)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자 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진짜 문제를 덮어두고 근본적인 갈등이 해결된 척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방금 워싱턴을 떠나 중국으로 향했다”며 “우리는 11월 중국에서 다시 만날 것이고, 이후 12월에도 또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고, 12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방미하는 일정에 두 정상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이번 시 주석의 방미에 이어 향후 다자회의 계기로 두 차례 더 회담을 갖게 될 경우 두 정상은 올해에만 모두 네 차례 대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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