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운영체제(OS)에 통합하는 ‘AI OS’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포는 최신 운영체제 ‘컬러OS 17’을 공개했고, 비보도 AI 에이전트를 운영체제에 통합하는 ‘에이전트OS(AgentOS)’ 방향을 제시했다. 오포와 비보는 올 2분기 기준 세계 4위(IDC 기준 점유율 10.5%), 5위(7.7%) 업체다.

◇ 오포·비보, AI를 OS 깊숙이
오포는 지난 17일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개발자 대회에서 ‘컬러OS 17’을 공개했다. 오포는 자사뿐 아니라 원플러스와 리얼미 등 3개 브랜드에 컬러OS를 동시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컬러OS의 글로벌 활성 이용자는 7억7000만명을 넘어섰다.
컬러OS 17의 핵심은 ‘개인화된 능동 지능’이다. 사용자가 직접 명령을 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사용자의 상황과 습관을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제안하는 방식이다. 오포는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해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AI 노트, AI 사진 편집, AI 사기 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OS에 통합했다. 오포는 자동차·이어폰·스마트홈 등 다른 기기와의 연결도 강화했다.
비보는 지난 16일 개발자 대회에서 자체 운영체제 ‘블루OS 4’를 공개하며 AI 에이전트를 운영체제 깊숙이 통합하는 ‘에이전트OS’ 방향을 제시했다. 비보는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권한과 자원 관리 체계를 새롭게 설계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블루OS는 시스템 내부에 AI 에이전트 실행 환경을 구축하고 2만개 이상의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호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포와 비보가 불과 하루 간격으로 AI를 운영체제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AI 경쟁의 무대를 애플리케이션에서 운영체제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웨이 역시 온디바이스 AI의 성장세를 강조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17일 스마트폰용 온디바이스 AI 모델의 파라미터 규모가 2024년 30억개 수준에서 현재 300억개로 확대됐으며, 앞으로는 수천억개 규모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 AI 모델부터 OS·애플리케이션까지… 中 ‘독자 AI 생태계’ 구축 속도
애플과 삼성전자, 구글 등 글로벌 업체들이 AI를 운영체제에 통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중국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iOS에 통합하고 있고, 구글은 제미나이를 안드로이드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AI와 원UI를 결합해 AI 기능을 시스템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AI OS 전략에는 다른 시장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미국 빅테크가 주도해 온 모바일 플랫폼에 의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모델부터 OS,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까지 자국 기술로 연결하는 독자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OS와 AI를 둘러싼 경쟁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오랫동안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만들어 왔지만, 중국 내에서는 구글의 주요 서비스와 앱 생태계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자체 앱스토어와 서비스 생태계를 발전시켜왔다.
AI 시대가 되면서 이 같은 구조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 생성형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앱을 호출하고 검색·문서 작성 등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하면, AI가 스마트폰에서 어떤 권한을 갖고 어떤 앱과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지가 OS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업체들에는 자체 AI 모델과 OS,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연결하는 전략적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외부 운영체제 위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AI 모델과 운영체제, 서비스 생태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식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중국, 별도 규제 시행… 애플도 현지 AI 기술 활용 추진
중국의 AI 규제 환경도 이 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해 안전 평가와 알고리즘 등 별도의 규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AI가 운영체제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단순한 기능을 넘어 데이터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현지 규제 환경에 맞는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애플의 사례는 중국 모바일 AI 시장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애플은 중국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 당국에 관련 서비스를 등록했으며, 중국 시장에서는 알리바바의 ‘큐원(Qwen)’과 바이두 등 현지 기업의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AI 경쟁은 단순히 더 뛰어난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지 규제 환경에 맞는 AI 모델과 이를 실행하는 운영체제, 그리고 AI가 실제로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탕카이 오포 소프트웨어 부문 책임자는 “AI 시대의 운영체제는 사용자를 더 깊이 이해하고, 맞춤형의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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