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인공지능(AI)에 매번 설명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비네시 수쿠마르 퀄컴 제품 관리 부사장은 24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6’에서 에이전틱 AI 시대의 개인화 경험을 이같이 설명했다.
퀄컴이 사용자의 명령에 답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일을 직접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청사진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대화와 행동을 기억하고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넘나들며 일을 대신하는 방식이다.

퀄컴은 이날 스냅드래곤 서밋 3일차 행사에서 차세대 스냅드래곤을 기반으로 한 에이전틱 AI 기술과 다양한 시연을 선보였다. 첫 이틀간 차세대 모바일·PC용 칩과 성능을 공개했다면 이날은 이를 활용해 AI가 실제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쿠마르 부사장은 모바일 AI의 발전을 ‘인식 AI→생성형 AI→에이전틱 AI’의 흐름으로 설명했다. 이미지와 사물을 인식하는 단계에서 텍스트·이미지 등을 만드는 생성형 AI를 거쳐, 이제는 AI가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고 여러 작업을 연속적으로 처리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전틱 AI의 핵심은 ‘맥락’이다. 퀄컴은 위치와 활동, 기기 사용 패턴, 주변 상황 등을 초저전력으로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센싱 허브(Sensing Hub)’를 활용한다. 사용자의 선호와 습관, 장소, 상호작용 등을 기기 안에 축적해 ‘개인 지식 그래프(Personal Knowledge Graph)’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번 세대 센싱 허브에는 듀얼 마이크로 NPU가 적용돼 전 세대보다 성능이 약 85% 향상되고 전력 효율은 약 20% 개선됐다. ‘퍼스널 스크라이브(Personal Scribe)’는 사용자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기록·구조화해 AI 에이전트가 이후 활용할 수 있는 맥락을 만든다.
이렇게 쌓인 기억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 디브 가르그 AGI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스티브 프레이 공동창업자 겸 사장은 이날 AI가 스마트폰 앱을 직접 조작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AI가 아침 대화에서 언급된 식당을 찾아 왓츠앱을 실행하고 퀄컴 팀 단체 대화방에 관련 메시지를 작성했다. 별도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연동 없이 AI가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직접 조작하는 방식이다.
스마트안경으로 상대방이 착용한 헤드폰을 본 뒤 “아마존에서 같은 제품을 찾아 구매해 달라”고 말하면 스마트폰의 AI가 상품 검색부터 구매 단계까지 수행하고 스마트워치로 최종 구매를 확인하는 시연도 진행됐다. 통신 연결이 제한된 상황에서 사진을 찍어 특정 사람에게 보내는 작업도 온디바이스에서 처리했다. AGI 측은 데이터가 기기 밖으로 나가지 않고 클라우드 추론 비용도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PC, 스마트안경에서 얻은 정보도 하나의 기억으로 연결했다. 숀 쉔 메모리즈 AI 공동창업자 겸 CEO는 개인 AI ‘루시(Luci)’를 시연했다. 루시는 사용자가 PC에서 예약한 렌터카와 호텔을 기억했다가 하와이에 도착한 뒤 관련 정보를 알려줬다. 스마트안경을 쓰고 사람을 만나면 누구를 만났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기록해 후속 메시지 작성 등에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은 여러 기기에서 만들어진 기억을 모으는 중앙 허브 역할을 한다. PC는 업무 관련 기억, 스마트안경은 현실에서 보고 경험한 기억을 수집하고 스마트폰에서 이를 통합한다. 사용자는 저장된 기억을 시간순이나 관계도로 확인하고 원하지 않는 정보는 삭제할 수 있다. 메모리즈 AI 측은 데이터와 메모리 처리가 모두 기기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AI가 파악하는 맥락은 디지털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로도 확대된다. 제프리 리 리퀴드 A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사용자의 달리기 속도 저하와 스마트워치가 감지한 보행 비대칭, 대화에서 나온 무릎 통증 등의 정보를 종합해 AI가 사용자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AI는 사용자가 무릎 통증으로 달리기를 중단했다고 판단하고 회복 방법을 검색한 뒤 다음날 예정된 운동을 취소하도록 먼저 제안했다.
퀄컴은 이를 ‘프라이빗(Private)·개인화(Personalized)·지속적(Persistent)’ AI 경험으로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에서 얻은 디지털·물리적 정보를 기기 안에서 지속적으로 축적해 사용자를 기억하고, 상황을 이해해 필요한 행동까지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6세대에서는 CPU와 GPU, NPU, 센싱 허브가 역할을 분담한다. 오라이온 CPU가 AI 에이전트의 계획·추론·조율을 담당하고 헥사곤 NPU가 AI 연산을 처리한다. 퀄컴에 따르면 전 세대와 비교해 MLPerf 기준 피크 AI 성능은 약 35%, 전력 효율은 약 33% 향상됐다.
카메라와 영상 제작에도 AI 활용을 확대했다. 쥬드 히프 퀄컴 멀티미디어·카메라 제품 관리 부사장은 20비트 HDR 파이프라인과 베이어 로(RAW) 영역에서 작동하는 AI 노이즈 리덕션, 3D LUT 기반 ‘엘리트 컬러 엔진’ 등을 소개했다. 엘리트 컬러 엔진을 활용하면 인물의 피부색은 유지하면서 하늘의 파란색만 조정하는 식으로 특정 영역의 색상을 정밀하게 바꿀 수 있다.
영상 제작자이자 스냅드래곤 인사이더즈인 조슈아 티모시는 마우이에서 촬영한 약 500개의 영상 클립을 온디바이스 AI가 자동으로 분석·분류하는 작업을 시연했다. AI가 영상 내용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뒤 “액션이 많은 영상을 찾아줘”와 같은 자연어 검색을 지원하고, 다빈치 리졸브용 스크립트를 만들어 카테고리별로 영상을 자동 분류했다. 티모시는 수작업으로 약 4~5시간 걸리는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퀄컴은 에이전틱 AI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PC와 스마트안경, 웨어러블 등 다양한 기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각 기기에서 수집한 사용자의 맥락을 바탕으로 AI가 필요한 정보를 판단하고 여러 앱과 기기를 넘나들며 실제 작업까지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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