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피부가 가려워 잠을 깨고, 참지 못하고 긁은 상처에서 다시 염증이 생긴다. 흔히 아토피피부염은 어린아이에게 생겼다가 성장하면서 좋아지는 병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청소년과 성인 환자도 늘면서 아토피가 전 연령대에 걸친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토피피부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99만854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9세 이하 환자가 23만1335명으로 전체의 23.2%를 차지해 연령대별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전체 환자의 4분의 3 이상은 10세 이상이다. 아토피를 단순한 ‘아이들 피부병’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장기 추세에서도 청소년과 성인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가톨릭대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 35만5277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유병률은 2002년 3.88%에서 2019년 5.03%로 증가했다. 특히 12~19세 유병률은 같은 기간 2.55%에서 6.02%로, 20세 이상은 1.44%에서 3.53%로 뛰었다. 중등도·중증 환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0.96%에서 39.78%까지 높아졌다.
아토피피부염은 피부 장벽의 이상과 면역체계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피부 장벽이 약해지면 외부 자극이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쉽게 침투하고 염증이 발생한다. 염증은 다시 피부 장벽을 손상시키면서 증상을 악화시킨다.
환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가려움’이다. 피부를 긁으면 장벽이 더 손상되고 염증이 악화한다. 심해진 염증은 다시 감각신경을 자극해 가려움을 키운다. 이른바 ‘가려움-긁기 악순환’이다. 한 연구에서는 아토피 환자의 54.4%가 가장 부담스러운 증상으로 ‘가려움과 긁기’를 꼽았다. 심한 건조감과 각질을 꼽은 환자는 19.6%였다.
어린이는 이런 악순환에 더욱 취약하다. 가려움을 스스로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밤새 피부를 긁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피부에서 진물이 나고 상처가 반복된다면 단순 피부 건조로 봐서는 안 된다. 피부 손상 부위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농가진이나 포진상 습진 같은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연령에 따라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부위도 달라진다. 영아기에는 얼굴과 팔다리 바깥쪽에서 습진이 잘 나타나지만 소아기에는 팔꿈치 안쪽이나 무릎 뒤쪽처럼 피부가 접히는 부분에서 흔하다. 일부 환자는 성장하면서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까지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아토피 행진’을 겪기도 한다.
치료법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보습제와 스테로이드 등 바르는 약이 치료의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면역 경로를 정밀하게 겨냥하는 표적 치료제가 잇따라 등장했다. IL-4와 IL-13 신호를 억제하는 ‘듀피젠트’를 시작으로 IL-13 표적 생물학적제제인 ‘애드트랄자’와 ‘엡글리스’, 경구용 JAK 억제제 등이 치료 현장에 도입됐다.
치료 대상도 성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국내 건강보험 기준에서도 일부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만 12~17세 청소년 중증 아토피 환자까지 급여 대상에 포함된다. 엡글리스 역시 만 12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 중증 환자에 대해 급여 기준이 마련돼 있다.
올해는 염증뿐 아니라 환자가 가장 괴로워하는 ‘가려움’을 직접 겨냥한 치료제도 국내에 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갈더마의 ‘넴루비오(성분명 네몰리주맙)’를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등에 허가했다. 넴루비오는 가려움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인터루킨(IL)-31 수용체를 직접 차단한다. 기존 치료제가 주로 IL-4·IL-13 등 염증 경로를 겨냥했다면 가려움과 연결된 신호를 직접 차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아토피피부염을 단기간에 ‘완치’하려 하기보다는 증상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분한 보습과 적절한 치료가 기본이고, 근거 없이 특정 음식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음식 알레르기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여러 식품을 끊으면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영양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손상욱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가려움을 참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렵지 않도록 제대로 치료하고 관리해주는 것”이라며 “최근 생물학적제제나 JAK 억제제 등 혁신적인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기존 치료로 증상 조절이 어려웠던 환자에서도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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