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클로드 등 해외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일상을 넘어 업무까지 깊숙이 들어오면서 관련 구독료와 사용료 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이미 산업용·업무용 소프트웨어(SW) 부문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았다는 데 있다. 여기에 AI 서비스 지출까지 새롭게 더해지면서 컴퓨터·모바일 SW 부문 무역수지 적자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상반기 국내 지식서비스 무역수지는 64억4000만달러(약 8조92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생성형 AI 서비스 사용료가 포함되는 컴퓨터·모바일 SW 수지는 28억4000만달러(약 3조9300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였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적자 폭이 5억3000만달러(약 73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다만 컴퓨터·모바일 SW 수지 적자가 모두 챗GPT나 클로드 등 생성형 AI에 지급한 비용 때문인 것은 아니다. 반도체 투자가 늘면서 반도체 장비에 쓰이는 산업용 SW 수요가 늘어난 것이 반영됐고, 그외 각종 컴퓨터·모바일 SW 사용료도 함께 포함돼 있다. 즉 이미 해외 상당한 비용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지출이 추가돼 적자가 심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AI 유료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지속 이용자의 유료 서비스 이용률은 2024년 14.0%에서 지난해 19.5%로 높아졌다. 올해는 관련 통계가 아직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은행과 오픈AI, 앤트로픽 등에 따르면 올해 유료 사용자 증가세 역시 가파른 것으로 파악된다.
챗GPT와 클로드는 사용자를 특히 빠르게 늘리고 있다. KISDI가 지난해 7~10월 실시한 조사에서 생성형 AI 이용자의 85.8%는 챗GPT를 가장 자주 쓰는 서비스로 꼽았다. 클로드도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를 기반으로 빠르게 사용자를 늘리고 있다. 클로드 코드는 개발자들의 주요 AI 도구로 자리 잡는 동시에 일반 사용자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클로드 코드가 인기를 끌면서 개발자 사이에서는 AI 코딩 에이전트에 더 많은 일을 맡기기 위해 토큰 사용량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토큰 맥싱(token maxxing)’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오픈AI도 코덱스로 맞대응했고, 양사가 개발자 수요를 겨냥해 펼치는 이 같은 전략은 매출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클로드 코드의 연간 환산 매출은 25억달러(약 3조4600억원)를 넘었는데, 이는 2026년 들어 한 달여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한국에서도 클로드 코드와 코덱스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한 만큼 관련 매출 역시 올해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내 AI 서비스 결제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전 세계 생성형 AI 앱의 인앱결제 매출은 61억달러(약 8조4500억원)였다. 이 가운데 한국은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약 3억달러(약 4100억원) 규모다. 이는 PC 웹에서 직접 결제한 구독료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사용료, 기업용 계약 등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이에 실제 국내에서 해외 및 국내 AI 서비스에 지출한 금액은 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점은 AI를 포함하는 해외 SW 기업에 돈을 내는 주체와 방식이 기존과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기업이 데이터베이스(DB), 전사적자원관리(ERP), 설계·개발 프로그램 등을 계약하면서 지출하는 비용이 이 부문 통계의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이 챗GPT를 직접 구독하고 개발자가 각자 클로드 코드 계정을 결제하는 비용도 주요 통계에 잡히기 시작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이 엔터프라이즈 요금제를 내놓고 있지만, 개인이 해외 기업에 SW 비용을 직접 지출하는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해외 SW 비용은 기업이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지출 규모를 파악하고 단가를 협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생성형 AI는 기업용 계약뿐 아니라 개인 구독과 개발자용 도구, API 사용료 등 다양한 경로로 비용이 발생한다”며 “지출 주체와 결제 방식이 세분화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전체 비용을 파악하고 통제하기가 이전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AI 코딩 도구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량을 늘릴수록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여서, 해외 사업자에 지급하는 구독료와 추가 토큰 사용료가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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