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 대표가 ‘아이온2’를 앞세워 서구권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 엔씨는 오는 10월 5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를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흥행 여부가 단기 실적뿐 아니라 엔씨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마존 대신 직접 서비스… MS·엔비디아 업고 서구권 공략
29일 게임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엔씨는 오는 30일 아이온2의 앞서 해보기(얼리액세스)를 시작한다. 정식 출시일은 10월 5일이다. 북미·남미·유럽·일본에 지역별 서버를 운영하고, 영어·독일어·중국어 등 10개 언어를 지원한다. 서비스 플랫폼은 PC용 스팀과 퍼플이다.
아마존게임즈가 글로벌 서비스를 맡았던 ‘쓰론 앤 리버티(TL)’와 달리 아이온2는 엔씨가 직접 서비스한다. 북미·유럽 시장 공략은 엔씨아메리카가 맡는다. 엔씨는 지난 2월 아마존게임즈에서 TL의 글로벌 출시와 서비스를 총괄했던 머빈 리 콰이를 엔씨아메리카 퍼블리싱·라이브서비스 운영 총괄로 영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와도 협력한다. MS와는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를 기반으로 기술·운영·마케팅 분야에서 협업한다. 글로벌 출시 때 몰릴 접속자와 지역별 트래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그래픽 기술인 DLSS도 적용해 화질과 화면 처리 성능을 높인다.
사전 테스트에서는 이용자들의 관심을 확인했다. 지난 17~18일(현지시각) 진행한 ‘론칭 스케일 테스트’의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7만3761명이었다. TL의 글로벌 공개 테스트 당시 스팀 최고 기록인 6만1154명보다 20.6% 많다. 엔씨 관계자는 “대규모 접속 시의 기술적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제한적 테스트였음에도 기대 이상의 유저층을 끌어모았다”고 말했다.
이용자 반응은 엇갈렸다. 입체적인 비행 연출과 그래픽, 세밀한 캐릭터 외형 설정, 서버 안정성에는 호평이 나왔다. 반면 모바일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용자 환경(UI)과 자동 이동, 단조로운 초반 퀘스트에는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과금 모델에 대한 평가는 정식 출시 이후 확인해야 한다. 이번 테스트는 캐릭터 최고 레벨을 37로 제한했고, 상점·멤버십·거래소 등 과금·거래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 실제 결제와 거래가 시작된 뒤에도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엔씨 관계자는 “과거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과금 모델을 서구권 친화적으로 완화했다”며 “아메리카 법인의 전문 인력과 ‘길드워’ 시리즈의 서구권 노하우, 개발진 중심의 적극적인 소통을 결합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해야 ‘호라이즌’·‘길드워3’ 산다… 기업가치 재평가 시험대
아이온2의 해외 성과는 김택진 대표에게도 중요한 과제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이온2 중국 진출 협력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당시 그는 “아이온2는 원작이 그리고자 했던 이상을 한층 높은 완성도로 구현해냈다”고 말했다.
엔씨는 ‘리니지’ 영어판과 ‘타뷸라 라사’, ‘블레이드 앤 소울 NEO’ 등을 북미에 선보이며 서구권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렸다. 자회사 아레나넷의 ‘길드워’ 시리즈가 성과를 냈지만, 국내 개발 MMORPG의 서구권 흥행 기반을 넓히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캐주얼 사업 매출이 반영되기 전인 2025년 엔씨의 북미·유럽 매출은 1247억원으로 연결 매출의 8.3%였다. 내수 및 중화권에 특화된 MMORPG라는 꼬리표를 깨기 위해선 아이온2의 서구권 흥행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아이온2의 성과가 후속 MMORPG에 대한 기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엔씨는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와 ‘길드워3’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온2가 흥행하면 엔씨의 개발·운영 역량에 대한 신뢰가 후속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이온2는 엔씨가 그간 서구권 시장에서 가졌던 고정관념을 깨고 이미지를 쇄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선보일 다른 글로벌 타깃 신작들로 관심이 이어지는 긍정적 시너지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지은 KB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가 글로벌 시장에서 TL 이상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4분기 아이온2 글로벌 매출은 약 12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는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고 국내와 대만에서 높은 완성도를 검증받았다”며 “PC MMORPG는 수요가 꾸준한 반면 개발사가 드물어 공급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시장이라는 점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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