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당선자 300명 가운데 20대는 단 한 명도 없으며, 40세 미만은 14명(4.7%)에 불과하다. 광역·기초단체장 역시 청년 당선자는 전무하다. 5060세대 중심의 정치 구조 속에서 청년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이변’이나 ‘전략적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투데이신문의 릴레이 인터뷰 「젊치인이 꿈입니다만」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 자기 언어로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 출마자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정치 입문의 계기부터 현장에서 마주한 장벽까지를 당사자의 시선으로 짚으며, 정치를 삶의 무기로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안산 새댁이자 햇빛 요정입니다!”
오래된 3층 건물 옥상에 마련된 천막당사에서 만난 기본소득당 홍순영(29) 안산시의원 후보는 낭랑한 목소리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인터뷰 도중 거센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 현수막과 간이 책상이 세차게 흔들렸지만, 홍 후보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례적인 선거캠프의 풍경만큼이나 그가 꿈꾸는 정치 역시 기성 정치와는 결이 달라 보였다.
그는 “정치를 하고 싶어서 정치인이 된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 정치를 실현하고 싶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며 “안산시의회에 단 한 명이라도 옹골차게 일하는 정치인이 들어간다면 도시의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후보의 정치 출발점에는 세월호 참사와 발달장애인 가족으로 살아온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 시절 거리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에 함께하며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만났고, 이후 창당 과정에 참여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용 의원의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안산에 신혼집을 마련한 그는 “이곳에서 살아갈 청년의 삶을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기본소득을 통해 쇠퇴한 제조업 도시 안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옥상 천막당사를 흔들던 바람은 홍 후보가 말한 안산의 변화를 떠올리게 했다. 쇠퇴한 산업도시에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그의 정치적 ‘바람’은 이미 안산 곳곳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는 듯했다. 다음은 홍 후보와의 일문일답.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안산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홍순영 후보다. 지역구는 안산 사동·사이동·해양동·본오3동이고, 3인을 선출하는 선거구다. 저는 기본소득당을 처음 만들 때 용혜인 의원과 함께 창당한 멤버다. 21대 국회에서는 용혜인 의원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했고, 현재는 안산지역위원회에서 지역 활동을 해왔다.
요즘 저를 설명하는 별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안산 새댁’, 또 하나는 ‘햇빛 요정 홍순영’이다. 지난해 결혼해 안산에서 새 출발을 했고, 동시에 안산 곳곳에 태양광 발전을 확대해 그 이익을 시민에게 나누는 에너지 기본소득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Q.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발달장애가 있는 오빠의 영향이 컸다. 어릴 때 뉴스를 보다가 한 정치인의 장애 관련 발언을 듣고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저희 오빠와 가족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때 정치인의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어떤 시민들은 정치의 대상에서 배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오빠와 함께 살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가까이에서 봤다. 장애가 있든 없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나 자기 모습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정치로 이어졌다.
![기본소득당 홍순영 안산시의원 후보. [사진제공=홍순영 후보 캠프]](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2-0036/image-1fb0d56e-4683-440c-95e8-b76fbc2fcfc6.jpeg)
Q. 기본소득당 창당에도 함께했는데. 그 과정은 어땠나.
대학생 시절 세월호 참사 1주기 무렵 거리에서 용혜인 의원을 만났다. 당시 희생자들이 저보다 한 살 어린 친구들이었다.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회운동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기본소득을 알게 됐다.
조건 없이, 차별 없이, 인간의 존엄을 위해 주어지는 소득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후 기본소득을 실제 제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정당을 만들어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을 실현해보자는 취지로 기본소득당 창당에 함께했다.
Q. 용혜인 의원의 정책보좌관으로도 일했다. 어떤 경험이었나.
용혜인 의원은 국회에 한 명뿐인 기본소득당 의원이지만, 정말 ‘일당백’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저 역시 의원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여성가족위원회 업무, 법안 준비, 기자회견 기획 등을 담당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질의 준비를 함께했고,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 문제 등에서도 보좌 역할을 했다. 의원님이 저에게 붙여준 별명도 ‘일당백 정책비서관’이었다. 이제는 그 경험을 안산시의회에서 보여드리고 싶다.
Q. 왜 안산에서 출마하게 됐나.
2년 전 용혜인 의원과 함께 안산지역위원회를 만들었다. 의원님이 안산 출신이기도 하고, 지역 활동을 하면서 저 역시 안산을 정말 좋아하게 됐다. 안산은 녹지도 많고 공원도 넓고 살기 좋은 도시다. 그런데 동시에 쇠퇴하고 있다는 현실도 보였다.
과거 안산은 반월공단과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도시였다. 하지만 제조업 불황과 산업 변화 속에서 청년 유출이 심각해졌다. 안산을 사랑하지만 이 도시에서 계속 살아가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근 도시로 떠나는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 저는 안산이 다시 청년과 신혼부부가 모여드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그 목소리를 내는 시의원이 되고 싶어 출마했다.
Q. 핵심 공약인 ‘햇빛 발전’은 무엇인가.
안산 곳곳 태양광이 설치될 수 있는 공간에 햇빛 발전을 확대하고, 그 이익을 시민과 나누겠다는 공약이다. 특히 안산은 공영주차장이 많은 도시다. 시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깨끗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고, 여름에는 폭염을 막아주는 그늘이 되며 비나 눈을 막아주는 캐노피 역할도 할 수 있다.
주차장과 공유지에서 만들어진 발전 수익은 시민에게 에너지 기본소득으로 돌려드릴 수 있다. 안산은 이미 주민들이 출자해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협동조합 활동이 활발한 도시다. 이 역량을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재생에너지 선도도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Q. 안산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청년 유출과 저출생 문제다. 안산은 경기도 안에서도 유소년 인구와 학령인구 감소가 빠른 도시다. 청년들이 떠나고, 신혼부부가 정착하기 어렵고, 아이를 낳고 키우기 어려운 도시가 되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안산시 아동·청소년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 아동수당이 확대되는 흐름이 있는데, 안산은 더 나아가 만 18세 청소년까지 지원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을 덜고, 다른 도시에서도 “안산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청년 정책에서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있나.
청년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 경험은 있지만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래 일할 만한 좋은 일자리도 부족하다. 여기에 AI 대전환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의 일자리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안산에서는 청년 기본소득을 확대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기반을 갖고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또 유급 인턴십 제도도 공약하고 있다. 안산사이언스밸리와 테크노파크 기업, 사회적경제와 공익 일자리 영역에서 청년들이 실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안산시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본소득당 홍순영 안산시의원 후보. [사진제공=홍순영 후보 캠프]](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2-0036/image-50e5f088-2af8-48da-8cef-4fb79f038249.jpeg)
Q. 소수정당 후보로서 어려움도 클 것 같다.
물론 어렵다.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지형에서 기본소득당은 작은 정당이다. 하지만 작은 정당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 양당은 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한계를 보일 때가 많고, 싸우다가도 필요할 때는 서로 야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저는 한국 정치가 다당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또 저는 정치를 하고 싶어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소득을 실현하고 싶어서 정치를 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가장 선명하고 전략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을 만들고 싶어 기본소득당을 선택했다.
Q. 선거 과정에서 청년 여성 후보로서 느끼는 편견도 있나.
시민들께 인사드리면 “어린 여자애가 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똑부러지게 일하겠다고 말씀드린다. 청년이라는 점은 때로 핸디캡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강점이기도 하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선거운동을 한다. 상가도 가고 경로당도 가고 골목도 다닌다. 시민들께서 “젊은 사람이 활력 있게 다닌다”, “도시가 다시 뛰려면 이런 청년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실 때 힘을 얻는다.
Q. 청년 공약은 특정 세대만을 위한 정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중장년 세대의 요구와는 어떤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보나.
안산에서 만난 중장년 시민들은 자녀 세대가 안산을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1990년대 안산에 정착해 아이를 낳고 살아온 분들이 많다. 그분들의 자녀가 지금의 2030세대다. 부모 세대는 자신들이 안산에 터를 잡고 살았듯 자녀들도 안산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청년들이 살아갈 기반이 부족하다.
그래서 청년 정책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산의 중장년, 부모 세대의 바람과도 연결돼 있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다시 모이는 도시는 결국 모든 세대가 함께 원하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안산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저는 안산 새댁으로서 동네 문제를 살뜰하게 살피고, 아이 낳기 좋은 안산을 만들고 싶다. 또 안산의 햇빛 요정으로서 햇빛 발전을 넓히고 깨끗한 에너지를 시민의 소득으로 돌려드리는 유능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
안산시의회에 단 한 명이라도 옹골차게 일하는 정치인이 들어가면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안산을 청년과 신혼부부가 다시 모여드는 도시, 시민 모두가 햇빛의 이익을 함께 나누는 도시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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