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경투데이 = 한승수 기자]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중요위험이전(SRT) 증권화’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은행이 보유한 대출자산은 그대로 유지하되, 해당 자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위험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이다.
24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이 혁신·벤처기업 등 고위험 분야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SRT 증권화는 은행이 대출 포트폴리오의 신용위험을 투자자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대출채권 자체를 매각하는 일반적인 유동화와 달리, 기초자산은 은행 장부에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은 기존 거래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본 여력이 확보되면 상대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큰 신산업, 벤처기업,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이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은행의 기업금융이 담보와 신용등급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SRT 제도는 위험을 시장과 분산하는 새로운 금융기법으로 주목된다.
고위험 대출을 무조건 회피하기보다, 위험을 가격화해 투자자와 나누는 방식으로 생산적 금융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SRT 시장이 일정 규모로 성장했다.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은행의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고, 최근에는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도 거래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보고서는 글로벌 SRT 시장에서 형성된 수수료 수익률이 지난해 기준 연 8~12% 수준이라며, 국내 기관투자자에게도 대체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 도입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SRT 거래가 은행의 위험을 외부로 이전하는 구조인 만큼,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은행감독청(EBA) 등도 SRT 거래가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금융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기초자산 선정 기준, 위험이전 인정 요건, 투자자 적격성, 공시 체계 등을 면밀히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자본 부담 완화 효과만을 앞세울 경우 부실 위험이 금융시장 내 다른 부문으로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SRT 증권화가 도입될 경우 기업대출 중심의 자본 규제 부담을 낮추고, 은행의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 구조와 투자자 저변을 고려할 때 제도 정착까지는 충분한 사전 연구와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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