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경투데이 = 이하나 기자]
담합 적발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 온 리니언시 제도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가격 담합을 밝혀내는 데에는 효과가 크지만, 자진신고 기업에 과징금 감면 혜택을 주는 구조가 반복 위반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리니언시, 즉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는 1997년 도입 이후 담합 사건 적발의 주요 장치로 자리 잡았다.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가 먼저 위법 사실을 신고하고 증거를 제출하면 1순위 신고자는 과징금 전액을, 2순위 신고자는 50%를 감면받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담합 참여 기업 간 불신을 유도해 내부 고발을 끌어내는 구조다.
담합은 대체로 비공개 회의나 구두 합의 등으로 진행돼 외부에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리니언시는 공정위 조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담합 적발 이후다. 리니언시 혜택을 받은 기업이 시간이 지나 다시 담합 사건에 연루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적발에는 강하지만 예방에는 약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설탕 담합 사건이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설탕 시장에서 장기간 가격 담합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돼 올해 2월 공정위 제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07년에도 삼양사, 대한제당과 함께 설탕 담합으로 적발된 바 있다. 당시에는 리니언시 적용으로 고발을 면제받고 과징금도 일부 감경받았다.
이를 두고 소비자 부담을 키운 담합 기업에 제재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생활필수품 성격이 강한 식품 원재료 시장에서 가격 담합이 반복될 경우, 그 피해는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 요구가 커지고 있다.
리니언시 운영의 비공개 원칙도 논란거리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진신고자의 신원과 감면 여부를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담합 사건에서 리니언시 적용 여부와 신고 기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신고자 보호가 제도 운영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자진신고 기업이 공개될 경우 향후 담합 사건에서 내부 고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반대로 외부 감시가 차단되면서 과징금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 감면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공정위가 발표한 설탕 담합 3사의 과징금은 4천83억원, 밀가루 담합 7사의 과징금은 6천710억원 규모였다.
다만, 리니언시가 적용될 경우 실제 납부액은 발표 금액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발표 과징금과 최종 제재 수준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설탕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3사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자진신고나 조사 협조를 통해 혜택을 받은 기업이 이후 제재 자체를 다투는 상황이 반복되면, 제도의 신뢰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도 제도 보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반복 담합 근절 대책에는 담합 제재 이후 5년을 넘겨 10년 이내에 다시 담합을 벌인 경우 자진신고 감경 혜택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
현재는 제재 후 5년 이내 재담합에 대해서만 감면 혜택을 배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리니언시 적용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담합을 주도했거나 시장 지배력이 큰 사업자에게는 감면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리니언시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담합 사건은 증거 확보가 어렵고, 자진신고가 없을 경우 적발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한 감면 제한, 사후 정보 공개 범위 확대, 소비자 피해 회복 장치 강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정거래 제도의 핵심은 담합을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
리니언시가 담합을 깨뜨리는 도구로 계속 기능하려면, 제재 감면의 필요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공익 사이에서 보다 정교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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