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경투데이 = 한승수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수십년간 주민 통행로로 사용돼 온 변전소 주변 토지를 돌려달라며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토지 소유권이 있더라도 장기간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경우 독점적 사용 권한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2단독 김호석 부장판사는 한전이 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 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각하했다.
한전이 요구한 아스팔트 포장 제거, 토지 반환, 1억3천800만원 상당의 손해 보상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송 비용 역시 한전이 부담하도록 했다.
문제가 된 토지는 광주 북구 운암동 변전소 주변에 있는 땅이다.
한전은 1972년 8월 광주지역 한 사립학교 법인으로부터 해당 토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이 땅은 매매 1년 전인 1971년 이미 학교 진입로 등으로 나뉘어 일반 시민이 통행하는 도로로 제공된 상태였다.
이후 도시 변화상을 담은 항공사진에서도 해당 부지는 1996년 이후 줄곧 도로 형태로 확인됐다. 사실상 공공도로로 장기간 이용돼 온 셈이다.
한전은 광주시가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배전 설비 유지·보수 작업에 지장을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전이 토지의 사용 현황을 알고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후 수십년 동안 특별한 권리 행사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토지의 용도와 사용 상황을 알고도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사진상 도로로 명확히 확인되는 1996년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도로에 편입된 토지는 변전소 진출입로인 동시에 일반 공중의 통행을 위한 용도로 제공된 경우”라며 “원고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권을 포기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이나 민간 소유 토지가 장기간 도로로 사용된 경우, 단순한 소유권만으로 토지 반환이나 사용료 청구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토지 취득 당시 이미 공중 이용 상태였는지, 이후 소유자가 권리를 행사했는지 여부가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공공도로로 굳어진 사유지 분쟁에서 소유권과 공공 이용권 사이의 균형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장기간 도로로 사용된 토지에 대한 지자체와 공공기관 간 관리 책임, 보상 기준 등을 둘러싼 유사 분쟁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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