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의 승부처가 화려한 센서 스펙 경쟁에서 ‘데이터 인프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완성차 진영이 뒤늦게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대표 비전 인공지능(AI) 기업 스트라드비젼이 10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완비한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을 앞세워 글로벌 3강 굳히기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테크데이)에서 파편화된 주행 데이터의 표준화 착수를 선언한 것을 두고 스트라드비젼은 이미 검증을 끝낸 영역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스트라드비젼 사옥에서 만난 김인수 데이터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현대차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제야 파편화된 데이터의 표준을 맞추겠다는 것”이라며 “저는 맥을 잘 집었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이걸 이제 봤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그걸 다 겪고, 현재는 구축해서 모든 게 표준화된 파이프라인 플라이로 돌고 있는데 규모만 다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라드비젼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10년간 축적된 뼈아픈 실패의 산물이다.
김 센터장은 “10년 전 고프로(액션캠)를 달고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지만, 시장 변화를 예측하지 못해 센서 데이터를 취득하지 않았다”며 “차량 캔(CAN) 시그널이나 그라운드 트루스(GT) 좌표가 없는 엉망인 데이터로 사람의 생명을 담보하는 양산차를 만들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힘든 이유는 돈이나 인프라가 없어서가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할 기술이 없기 때문”이라며 “스트라드비젼은 10년간 축적된 경험치를 바탕으로 이제야 진짜 선순환을 이루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플라이휠의 물리적 심장부는 경북 포항에 있다.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의 인프라다.
인터뷰에 동석한 김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체 서버 200대 중 GPU 서버만 120대에 달한다”며 “국내에서 레벨4를 개발한다는 기업들도 10대가 채 안 되는 실정”이라고 인프라 격차를 강조했다.
경기 동탄 차고지의 시험 차량과 전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주행 데이터는 포항 데이터센터로 일괄 수집·적재된다. 자동화 레이블링과 120대 GPU 서버 기반의 딥러닝 학습, 정규 릴리스당 2만 시간에 달하는 시뮬레이션 평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돈다. 최근에는 폭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 및 네이버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로 연동하며 글로벌 기술 블로그에도 성공 사례로 공식 게재됐다.
스트라드비젼은 자동차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피지컬 AI 영토를 자율이동로봇(AMR)으로 즉각 넓힌다는 구상이다.
김 센터장은 “공장을 누비는 AMR은 충돌해도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면 돼 자동차보다 안전 기준이 유연하다”며 “다양한 칩셋에 빠르고 가볍게 포팅(탑재)하는 비전 인지 기술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AMR은 주행 가능 영역과 보행자, 장애물 인식 등 자동차 자율주행과 기술적 맥락이 같다”며 “시장 확산 속도 역시 가장 빠르기 때문에 피지컬 AI의 가장 확실한 첫 타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시장 구도에 대해 김준 CFO는 시장 재편이 이미 완료됐다고 진단했다.
김 CFO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임베디드 비전 솔루션사는 모빌아이, 스트라드비젼, 어라이버 3곳뿐”이라며 “4년 전 10여 곳에 달했던 기업들이 정리되고 현재 고객사의 러브콜을 받는 곳은 이 3사로 압축됐다”고 시장 판도를 짚었다.
그는 “모빌아이는 전용 칩 종속성 탓에 중국 칩을 써야 하는 중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이고, 어라이버는 인포테인먼트 중심으로 선회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됐으면서 중국 반도체에 포팅할 수 있는 독립 솔루션은 현재 스트라드비젼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략 해법으로는 ‘우회 수출’을 제시했다. 김 CFO는 “중국 완성차의 해외 수출 차량을 통한 노출, 그리고 중국 칩에 올라가는 유일한 글로벌 솔루션이라는 점이 핵심 전략”이라며 립모터(중국명 링파오), 장링자동차(JMC) 등 글로벌 합작 기반 중국 완성차의 유럽 수출 물량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가 지연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실리주의 노선을 견지했다. 막대한 하드웨어 원가와 법적 책임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글로벌 규제에 맞춘 레벨2 플러스(L2+) 대량 양산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김인수 센터장은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카메라를 이길 수 있는 센서는 없다.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 역시 카메라 중심 시스템 덕분”이라며 “센서가 하나 추가될 때마다 단가뿐 아니라 제어기, 전력,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전체를 재설계해야 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사고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관제 인프라도 미비한 상태에서 무작정 규제를 풀면 큰 혼란이 야기된다”며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레벨2와 레벨2 플러스는 필수로 탑재해야 하는 기능이 된 만큼 당분간 이 시장이 완성차의 핵심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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