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2002년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9/CP-2023-0202/image-4f9d9914-2e8e-4c0f-90bf-3f0cb3aec3d7.jpeg)
[땅집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002년 입주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로, 올해 들어 30평대가 30억원을 웃돌 정도로 집값이 비싸 강남권 대장주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과거 이 타워팰리스 부지에 삼성전자의 102층 높이 복합업무단지가 들어설 뻔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경영’을 선언했다. 단순한 품질 개선의 차원이 아니라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양(量)의 시대에서 질(質)의 시대로 이행해 삼성그룹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을 선포한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한번 바꿔보자”는 말이 이 때 나왔다.
이 신경영 체제에서 등장한 것이 도곡동 전자타운 계획이다. 이건희 회장이 앞으로 그룹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전초 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서울시로부터 강남구 도곡동 부지 2만2000여평을 낙찰받은 뒤, 1년 동안 작업을 거쳐 1996년 최초 계획안을 만들어냈다.
![[땅집고] 1993년 신경영을 선포하며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보라’고 지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SBS 캡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9/CP-2023-0202/image-20f27524-6235-4962-a837-1f2c9525c810.jpeg)
계획안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고 102층 높이 초고층 건물을 세워 세계 최초의 전자 디지털 복합 단지를 조성하려고 시도했다. 도곡동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타운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 곳에는 당연히 삼성전자 본사가 입주하고 관련 계열사와 함께 은행, 병원, 로펌 등 24시간 운영하는 각종 생활 인프라를 탑재할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당초 삼성그룹 덕분에 도곡동 일대가 대형 업무지구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인허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 ‘삼성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프로젝트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더불어 일부 도곡동 주민들은 “지금도 교통 체증이 심각한데, 삼성타운까지 들어서면 교통량이 폭증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비판도 쏟아냈다.
![[땅집고] 삼성그룹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대에 건설을 추진했던 ‘삼성타운’ 모습. /OMA](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9/CP-2023-0202/image-ff76b5d0-4062-4ee8-83a2-bdcff92afa55.jpeg)
그러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프로젝트가 결국 무산됐다. 회사 사정이 악화되니 내부에서도 초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고, 부지를 팔아 유동성에 보태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삼성그룹 자동차 부문(삼성자동차) 부실 문제가 심각했다. 첫 양산차인 SM5를 1998년 출시하면서 이미 현대·기아·대우·쌍용이 혈전을 벌이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다섯 번째 후발 주자로 자동차 시장에 진입했지만 금융위기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삼성자동차 부채가 4조3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199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자동차부문은 프랑스 르노그룹에 매각됐다.
결국 삼성타운 계획은 백지화됐고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타워팰리스’ 주상복합아파트로 대체됐다. 하지만 불경기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당시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회사 로열티 증명 차원에서 사들였는데, 경기가 회복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이 같은 역사를 접한 사람들은 도곡동 일대가 삼성타운으로 개발됐더라면 어땠을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도곡동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부촌으로 통하긴 하지만 다소 노후한 이미지가 강한데, 삼성타운이라는 대형 업무지구를 끼고 있었더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란 상상이다. 더불어 현재 강남업무지구가 테헤란로에 집중돼있는데 삼성타운이 있는 남부순환로를 중심으로 강남권이 활성화할 가능성도 충분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세계 1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초고층 건물을 짓는 대신 반도체 등의 연구개발에 투자한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타운 구상안 역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경제 위기로 대한민국 업무지구 판도를 바꿀 뻔한 프로젝트가 엎어졌다니 너무 아쉽다”, “100층 건물에 집착했다면 삼성도 초고층의 저주에 빠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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