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현지시각) 국빈 방문을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접어 들었다. 시 주석은 귀국길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11월 중국으로 다시 초청했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베이징, 이번 워싱턴에 이어 11월 선전, 12월 마이애미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시 주석이 직접 미국을 찾았음에도 두 나라 경제 합의는 비(非)민감 품목 교역을 관세 분쟁에서 떼어내는 데 머물렀다. 핵심 사안이었던 반도체와 대만을 두고는 양측이 기존 입장만 확인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회담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24일 백악관 회담에서 “반년도 안 돼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정상이 서로 방문한 사례는 미중 관계사에 전례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같은 날 국빈 만찬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가 지금보다 좋았던 적은 없다(we’ve never gotten along better)”고 화답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자 1면에 두 정상 사진을 싣고 3개 면을 회담 기사로 채웠다.
다음 만남은 11월 3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 직후가 될 전망이 크다. 두 정상은 11월 18일부터 중국 광둥성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2월 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 골프장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마주 앉는다. 중국 측 발표문에는 두 정상이 서로의 APEC·G20 개최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문장이 들어갔다.
라나 미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이번 회담을 두고 25일 블룸버그에 “지금이 미중 긴장 완화의 정점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인 정책 변화 면에서는 아직 정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 “비민감 품목만 관세 제외” 제한적 경제 합의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경제·무역팀이 새 협의를 거쳐 “새로운 공동 약정(new joint arrangement)에 이르렀다”며 “협력 목록은 늘리고 쟁점 목록은 줄여야 한다”고 했다. 중국 측 발표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 더 나은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실무진에 해당하는 허리펑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두 사람이 미중 상호 관세 인하와 무역·투자위원회 설치, 기존 무역 휴전 연장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25일 CNBC에서 새 합의 내용을 전했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산 농산물·의료기기, 중국산 소비재 등을 예로 들면서, 이런 일부 품목은 앞으로 통상 분쟁이 생겨도 새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구체적인 품목과 관세 인하 폭은 28일 공개한다. 이대로 합의가 시행된다면 양국 기업은 해당 품목에 한해 관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양국은 각각 300억달러(약 40조7500억원) 안팎에서 비민감 품목을 골라낼 것으로 보인다. 양쪽 비민감 품목을 합친 600억달러는 지난해 미중 상품 교역액 4150억달러(약 564조원)에 비하면 14%다. 이번 회담 이후 미중 전체 교역 가운데 7분의 1정도만 관세 분쟁에서 비켜서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국 관세 전면전을 멈춘 ‘부산 합의’ 시한은 11월 10일에서 내년 1월 10일로 두 달 늘어났다. 두 나라 정상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에서 만나,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1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를 사들이는 대가로 미국은 대중 관세를 낮추는 데 합의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에 붙는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약 23%로, 여전히 나머지 교역국 평균(약 7%)의 3배를 넘는다. 블룸버그는 이번 연장 기간이 앞서 거론된 6개월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 美, 中 첨단 AI 반도체 통제 지속
시 주석은 24일 국빈 만찬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주요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회담 내내 중국 측이 기대했던 AI 칩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국 모두 AI 역량이 강하다”며 “옳은 길은 서로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취하는 것”이라는 의례적인 발언만 남겼다. 이날 만찬 손님 130여명 가운데 중국 측 IT 관련 기업인 역시 한 명도 없었다. 블룸버그는 이번 만찬 좌석 배치에서도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의도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첨단 반도체 판매를 아예 다루지 않았다. 그리어 대표는 로이터에 “국가 안보가 걸린 수출 통제 의제는 모두 테이블에서 치웠다”고 했다. 그는 같은 날 첨단 반도체를 두고 “반도체는 ‘왕관의 보석(crown jewels)’ 같은 존재이자, 초지능 경쟁에서 앞서가는 수단”이라며 “반도체 관련 대화는 이번 협상에서 사실상 오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현재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미국 측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로 엔비디아 최상위 AI 칩에 해당하는 블랙웰 모델을 살 수 없다. 미국은 현재 블랙웰 이전 세대 모델 H200만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업 10여곳에 기업당 최대 7만5000개까지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제러미 챈 유라시아그룹 중국·동북아 선임 애널리스트는 24일 CNBC에 “시 주석이 바이든 전 대통령과 만날 때마다 반도체 통제를 꺼냈던 것을 떠올리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나오지 않는 점은 눈에 띈다”고 평했다.
◇ 시진핑 “대만 독립 반대하라”… 美 “독립도, 강압도 지지 안 해”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oppose)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미국은 수십 년간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do not support)’는 표현을 써 왔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구를 바꾸라고 공개 요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우신보 중국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주임은 블룸버그에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계속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는 확답을 원한다”며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뒤에도 대만 문제에 계속 신중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회담 내내 대만 관련 설명을 따로 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만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25일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는 CNBC에 “대만 정책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며 “문구도, 입장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퍼듀 대사는 같은 날 폭스뉴스에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지만, 강압(coercion)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 이란전 지원 두고도 美·中 의견 엇갈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시 주석과 이란 전쟁을 논의했느냐는 언론 질문에 “그렇다(We did)”고만 짧게 답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초 중국 업체가 넘긴 위성사진이 이란의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에 쓰였다고 보도했다. 이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졌다. CNN도 25일 중국 측 정보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표적 공격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퍼듀 대사는 같은 날 CNBC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정보든 부품이든 군사 장비든, 직접이든 간접이든 이란을 돕는 일은 전혀 용납할 수 없다(totally unacceptable)”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퍼듀 대사는 폭스뉴스에서도 “중국이 어제 그런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회담에서 “중국은 관련국들이 평화적 해법을 지키고 대화 동력을 이어가도록 독려해 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했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과 이란이 6월 합의한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에 따라 핵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이 배로 실어 내보내는 원유 80% 이상을 사들이는 최대 교역국이다. 로이터는 25일 이란 측 고위 관리를 인용해 “중국 관리들이 이번 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 압박 때문에 이란과 경제·정치·군사 관계를 줄이지는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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