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 스위스에서 군사·방위 동맹과의 협력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중립성 강화’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27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에서 치러진 ‘중립성 강화’ 국민투표에서 오후 기준 찬성은 31.6%, 반대는 68.4%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47.06%였으며, 스위스 26개 주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찬성이 과반을 얻지 못했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은 개표 결과 발표 후 취재진에게 “이번 결과가 중립성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스위스는 어제도 중립국이었고 오늘도 중립국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민투표에 부쳐진 개정안은 스위스의 영구적·군사적 중립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고, 국제 정세에 따라 중립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정부의 재량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없는 한 무력 분쟁 등을 이유로 스위스 정부가 독자적으로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금지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군사·방위 동맹과의 협력도 스위스가 직접 공격받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스위스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인 1815년부터 국제적으로 영세중립국으로 인정받아 왔지만, 헌법에는 정부가 중립 원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역대 스위스 정부는 국제 정세에 맞춰 중립 원칙을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해 왔다.
FT는 “이번 투표는 스위스의 중립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스위스가 역사적으로 중립 원칙을 얼마나 유연하게 적용해 왔는지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중립성 강화를 지지한 우익 스위스국민당(SVP)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위스가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전통적인 중립국 지위가 흔들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위스 연방정부와 대다수 정당은 “중립성은 항상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용돼 왔다”며 이번 헌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녹색당의 시벨 아르슬랑 의원은 “유권자들이 SVP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챈 것”이라며 “스위스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국제법이 짓밟히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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