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결혼 선물 문화가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부부가 필요한 물건을 정하면 하객이 골라 선물하던 방식에서 집을 살 때 보탤 돈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집값이 치솟아 신혼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결혼 선물로 현금을 원하는 부부가 늘어난 것이다.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결혼 준비 사이트 졸라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 예비부부 8쌍 중 7쌍이 선물 목록에 현금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을 넣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현금을 받는 부부 가운데 약 40%는 집을 사거나 이사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예비부부가 결혼을 앞두고 필요한 물건을 ‘웨딩 레지스트리(wedding registry)’라는 선물 목록에 올리면 하객이 그중 하나를 골라 선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릇과 수건 같은 살림살이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현금을 선호하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기존 주택의 중위가격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40%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근 다시 7%를 넘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은 주택 구매자가 집값 중 대출을 제외하고 직접 마련한 돈의 중간값이 2019년 1월 2만8500달러(3873만1500원)에서 올해 6월 6만9250달러(9411만750원)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뉴욕시 북쪽 웨스트체스터카운티에 사는 애나 그레이스 니모(26)와 맷 드레슬러(29) 부부는 지난 5월 결혼하면서 ‘집 마련 자금’을 선물 목록에 넣었고, 하객들로부터 2000달러를 받았다. 니모는 “그냥 100달러를 건네는 것보다 선물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에 사는 퀴니 해리스(27)와 피비 베일리(23)도 지난 10일 결혼하면서 집 마련 자금을 선물 목록에 올렸다. 부부는 결혼식 뒤 약 45명이 참석한 식사 자리에 송금용 QR코드를 놓고, 참석하지 못한 지인들을 위해 페이스북에도 소식을 올렸다. 부부의 연간 합산 소득은 약 11만달러(1억4949만원)지만 월세와 생활비를 내면서 집 살 돈을 모으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결혼식에서 받은 현금을 실제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쓸 때는 대출 심사에 대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기관은 부부가 받은 돈이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WSJ는 돈을 보낸 사람이 작성한 증여 확인서와 송금 내역, 계좌 거래 기록 등을 요구받을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기 최소 60일 전에 돈을 받아두는 편이 좋다고 전했다.
달라지는 결혼식 문화에 현금을 요청하는 방식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예절 전문가 마이카 마이어는 전통적인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하객을 위해 물건도 선물 목록에 함께 올리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금 항목을 소개할 때는 단순히 돈을 요청하기보다 부부가 함께 살 집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설명하는 편이 자연스럽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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