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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골프장, 토지 부족에 ‘환골탈태’… 비싼 여가 대신 주택·발전소·공원으로

조선비즈

과거 경제 성장과 부유층 여가를 상징하던 골프장이 전 세계 각국에서 태양광 발전소, 공공 주택, 생태 공원으로 속속 모습을 바꾸고 있다. 인구 구조가 변하고, 도심 인근에 개발 가능한 토지가 고갈되자 각 국가들은 소수가 취미를 위해 독점하던 저밀도 토지를 저마다 가장 시급한 용도로 재활용하는 중이다.

28일 각국 지방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일본은 쇠퇴한 골프장을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만성적인 주택난을 겪는 싱가포르와 홍콩은 아파트 등 주거 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상대적으로 토지가 넉넉한 미국과 캐나다는 방치된 골프장을 본래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생태 복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각국이 직면한 핵심 자원 부족 현상에 따라 골프장 재개발 방향이 확연히 갈리는 양상이다.

27일 미국 시카고 메디나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6 프레지던트컵 골프 토너먼트 마지막 날 단식 경기 중 미국의 카메론 영이 벙커샷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미국 시카고 메디나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6 프레지던트컵 골프 토너먼트 마지막 날 단식 경기 중 미국의 카메론 영이 벙커샷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1980년대 거품 경제 시절 우후죽순 들어선 골프장을 에너지 전환 핵심 기지로 삼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 10건 가운데 1건은 골프장에 들어서는 추세다. 가령 도쿄 도심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군마현 미노하라 컨트리클럽은 하루 종일 무제한으로 쳐도 5000엔(약 4만3000원)만 받지만, 손님이 거의 없다. 태양광·부동산 개발업체 가미사토건설은 해마다 200만엔씩 적자를 내던 이 27홀 골프장을 2025년 사들였다. 가미사토건설은 승인과 기초 작업을 마치는 오는 2030년 이 골프장 문을 닫고 152메가와트(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오카야마현에 있는 일본 최대 태양광 발전소도 옛 골프장 터에 섰다.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일본 내 대규모 태양광 발전(0.9메가와트 이상) 설비용량 가운데 약 9%가 옛 골프장 부지에 들어섰다. 사업을 발표했거나, 이미 건설 중인 골프장 태양광 사업 규모를 전부 합치면 최소 1기가와트(GW)로, 원전 1기 설비 용량과 맞먹는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력 약 3분의 1을 대던 원자로 54기를 멈춘 뒤, 태양광 에너지에 기대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도 2040년까지 태양광 발전 비중을 29%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높은 값에 사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까지 선보이면서 태양광 에너지를 권장하고 있지만, 산림 벌채와 산사태를 걱정하는 주민 반대가 커지면서 기한 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내 골프장 가운데 특히 인구 소멸 지역에 자리한 골프장은 이 목표를 채울 몇 안 되는 땅으로 떠올랐다. 골프장은 도로와 전기, 수도 같은 필수 기반 시설을 이미 훌륭하게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체로 지형이 평평하고 완만해 대규모 평탄화 없이도 태양광 패널을 대량으로 설치하기 쉽다. 산림을 새로 벌목할 필요가 없어 환경 훼손 부담도 덜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은 보통 땅값이 저렴하고 소유 구조도 복잡하지 않아 매입하기도 용이한 편이다.

후쿠시마현 60만㎡(약 18만평) 규모 골프장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은 포르투갈 에너지기업 EDP는 골프장 부지가 “태양광 개발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대규모 벌목을 최소화할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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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용할 땅이 부족한 아시아 도시 국가들은 골프장을 주택 공급처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골프장 임대 기간이 끝날 때마다 땅을 돌려받아 주택 부지로 쓰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약 735㎢로 서울(605㎢) 대비 1.2배에 그친다. 싱가포르 정부는 “골프장이 주택·산업·교통 시설과 같은 땅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1904년 문을 연 48만㎡(약 14만5000평) 규모 케펠클럽 골프장은 임대 기간이 끝나자 2022년 영업을 종료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자리에 공공주택 7000가구와 민간주택 3000가구 등 약 1만가구 규모 베를라야르 단지를 세웠다. 싱가포르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오는 2030년 임대가 끝나는 워런 골프앤드컨트리클럽과 오키드 컨트리클럽 부지도 주거용으로 지정했다. 당시 법무부는 “골프장 땅을 더 시급한 국가적 수요(more pressing national needs)에 쓸 수 있도록 제때 돌려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집 사기 가장 어려운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홍콩 역시 비슷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홍콩 정부는 2023년 9월 홍콩골프클럽이 빌려 쓰던 판링 골프장 172헥타르 가운데 32헥타르를 회수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22헥타르를 보전·휴식 공간으로 시민에게 열고, 북쪽 9.5헥타르는 공공주택 부지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콩 도시계획위원회는 이 땅이 상수이 지하철역과 기존 공공주택 단지 가까이 있어 주택지로 알맞다고 판단했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새 주택단지에는 1만2000가구, 3만3600명이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홍콩 골프계는 국제 대회 유치와 녹지 보존을 주장하며 법원에 사법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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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영국에서는 주택 건설과 공공 녹지를 결합한 혼합형 개발이 대세를 이룬다. 호주 빅토리아주 정부는 23일 멜버른 남동부 딩글리빌리지 지역 옛 킹스우드 골프장 53만㎡ 부지에 932가구를 짓는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전체 부지 20%를 생태 공원과 산책로로 남기고, 새로 짓는 집 가운데 10%는 저렴한 주택으로 공급한다. 소냐 킬케니 빅토리아주 계획장관은 “활용도가 낮은 땅을 풀어 더 많은 집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버시 골프 앤 컨트리클럽도 주택 250가구를 짓되 절반을 저렴한 주택으로 공급하고, 전체 면적 60%를 영구 보존 녹지로 두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주택난을 덜어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적자를 내거나 홍수에 취약한 골프장을 아예 자연으로 되돌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리노이주 하이랜드파크 공원관리구는 비만 오면 물에 잠기던 40만㎡(약 12만평) 규모 옛 골프장을 170만달러(약 23억원)를 들여 자연공원으로 바꿔 2022년 6월 재개장했다. 공원관리구는 골프장 잔디밭을 걷어내고 토종 식물로 바꾸자 습지와 초지가 어우러진 대형 자연 공원으로 거듭났다고 발표했다. 이 습지는 2700톤에 달하는 빗물을 흡수해 도시 홍수를 막는 방재 인프라 역할도 수행한다. 매사추세츠주 비버 브룩 골프장 역시 토종 식물을 심고 하천을 원래 흐름대로 돌려놓는 재(再)야생화 작업을 거쳐 생물 다양성을 품은 서식지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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