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추진해 온 유명 국립 박물관·미술관의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 부과 방안을 결국 철회했다. 세계 각국의 주요 관광 명소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올리거나 차등 요금을 도입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28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사 낸디 영국 문화부 장관은 대영박물관과 내셔널갤러리 등을 포함한 15개 국립 박물관·미술관을 “세상을 밝히는 곳이자 우리가 자신의 삶이라는 경계 밖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곳들은 영원히,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여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토니 블레어 정부 시절인 2001년부터 국립 박물관·미술관의 상설 전시 무료입장 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선별적으로 입장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으면 박물관의 “장기적인 재정 회복력”을 강화하는 등 상당한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의 초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입장료 부과가 비용 상승과 물가를 고려한 실질 정부 지원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박물관 업계의 재정난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FT에 따르면 외국인 방문객은 영국 주요 박물관·미술관 전체 관람객의 43%를 차지한다.
영국 내부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영국 전역의 문화예술 기관과 자선단체에 약 1억8500만파운드(약 3000억원)를 기부한 비비언 더필드 여사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다른 비용, 특히 국민보건서비스(NHS) 비용을 고려하면 왜 외국인이 입장료를 내지 않아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국립 박물관·미술관은 외국인에게 입장료를 부과하는 방안에 반대해 왔다. 영국 국립 박물관이 소장한 미술품과 유물 상당수가 세계 각지에서 유래한 만큼 외국인에게만 입장료를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디지털 신분증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영국인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관광산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컸다. 영국 여행 비용이 다른 관광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대표 박물관까지 유료화하면 영국의 관광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의 분석에서도 외국인에게 입장료를 부과하면 런던의 일부 대형 박물관은 재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국내 방문객 수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국립박물관관장협의회 의장이자 리버풀 국립박물관 관장인 로라 파이는 “이번 결정으로 우리의 소장품을 계속 모든 사람이 접할 수 있게 됐다”며 “국립 박물관들이 영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의 방문객을 계속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고, 관광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 도시와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달리 해외 주요 박물관 상당수는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등은 관람객에게 입장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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