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채취와 배아이식 없이 여성의 몸 상태를 회복시켜 자연임신을 돕는 ‘나프로임신법(NaProTechnology)’이 난임 부부들의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시험관아기(IVF)나 인공수정(IUI)처럼 수정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생리주기와 호르몬 변화 등을 분석해 임신을 방해하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방식으로, 반복되는 난임 시술에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진료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는 최근 나프로임신법을 통해 40대 여성이 결혼 10여 년 만에 자연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 김혜원(42)·김기민(40)씨 부부는 결혼 후 10여 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다 지난해 초 첫 임신에 성공했지만 유산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은평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를 찾아 치료를 시작했고, 6개월 만인 올해 1월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지난 8일에는 3.5㎏의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
김씨에게서는 치료 초기 불규칙한 생리주기와 갑상선 기능 저하, 당뇨 경계 수치 등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내분비내과 등과 협진해 임신을 방해할 수 있는 요인을 치료하는 한편 부부에게 생리주기를 기록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부부는 매일 생체지표를 기록해 가임기를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자연임신을 시도했다. 김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임신을 준비하며 두려움이 컸지만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건강한 아이까지 품에 안게 됐다”고 했다.
나프로임신법은 ‘자연(Natural)·가임력(Procreative)·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이다. 핵심은 여성의 자궁경부 점액 등 생체지표를 매일 관찰해 기록하는 ‘크레이튼 모델 시스템(Creighton Model System)’이다. 의료진은 기록된 생리주기와 함께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 등을 분석해 배란장애나 자궁내막증, 호르몬 이상 등 임신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을 찾는다. 필요하면 배란을 돕는 약물치료나 호르몬 치료, 자궁경·복강경 수술도 시행한다.
시험관아기와 가장 큰 차이는 수정 과정 자체에 의료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IVF는 난소를 자극해 난자를 채취한 뒤 체외에서 정자와 수정시키고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다. 반면 나프로임신법은 환자에게 남아 있는 가임력을 최대한 회복시킨 뒤 몸 안에서 자연수정이 이뤄지도록 돕는다. 난자 채취나 배아이식 과정이 없어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국내에서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나프로임신법이 확대되고 있다. 2017년 여의도성모병원이 국내에 처음 도입했고 지난해 서울성모병원에 나프로임신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재는 서울·여의도·의정부·부천·은평성모병원 등 5개 병원이 관련 진료를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이 지난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누적 임신은 13명, 임신 성공률은 27.7%였다.

해외에서도 일정 수준의 임신·출산 성적이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리프로덕티브 헬스’에 발표된 스페인 연구에서는 난임 부부 1310쌍이 나프로 치료를 받은 결과 43%가 한 차례 이상 임신했고, 실제 아이를 출산해 집으로 데려간 비율은 35.3%였다. 환자 중 27.5%는 이미 IVF 등 보조생식술을 경험한 경우였다. 연구진은 치료 기간을 고려한 누적 출산율을 62.1%로 추정했다.
다만 이를 시험관아기 성공률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해당 연구는 특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환자를 뒤따라 분석한 후향적 연구로, 나프로임신법과 IVF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직접 비교한 연구가 아니다. 연구진 역시 결과가 유망하지만 아직 예비적인 수준이며 대규모 다기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는 나프로임신법도 피할 수 없다. 스페인 연구에서 치료 기간을 고려한 누적 출산율은 30세 이하에서 83.7%였지만 36~40세에서는 53.3%, 40세를 넘으면 24.4%까지 떨어졌다. 난소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고령 난임 환자가 자연임신만 기다리다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양쪽 난관이 막혀 있거나 정자의 수와 운동성이 크게 떨어지는 중증 남성난임 등 자연수정 자체가 어려운 환자에게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경우에는 IVF나 난자 세포질 내 정자주입술(ICSI) 등이 보다 현실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나프로임신법을 기존 난임 시술을 완전히 대신하는 치료법보다는 환자의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치료 경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반복적인 난자 채취나 배아이식에 부담을 느끼거나 자연임신을 우선적으로 원하는 난임 부부에게는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재영 은평성모병원 나프로 전문의 산부인과 교수는 “쉽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부부가 서로를 다독이며 모든 과정을 충실히 따라 건강한 새 생명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권지영 나프로임신센터장은 “체계적인 다학제 진료와 고위험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센터 연계를 통해 난임 부부들이 안전하게 새 생명을 만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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