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은 AI 도구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실제 업무 데이터를 AI와 연결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AI가 일하고, 사람은 결과를 검토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심우진 비즈플레이 이사(출장사업 전략기획 총괄 센터장)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한빛앤 본사 리더스홀에서 열린 ‘월간AX 9월 세미나: 누구나 만드는 AX’에서 최근 수개월간 비즈플레이가 전사적으로 추진한 AX 경험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심 이사는 개인의 AI 활용과 기업 AX는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개인은 필요할 때 AI에 질문하고 결과를 활용하면 되지만, 기업에서는 어떤 데이터를 연결할지, 어떤 업무 규칙을 따르게 할지, 결과를 누가 검증하고 책임질지까지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즈플레이도 내부 개발·운영 업무에 AI를 적용하면서 기존 프로세스를 다시 살피고 통제 기준을 마련했다.
‘월간AX’는 IT조선이 원스톱 러닝토털매니지먼트 플랫폼 플런티, AI 시대 실무 러닝 허브 한빛앤과 공동 주최하는 AI 시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다. 9월 세미나는 ‘바이브코딩이 바꾸는 기업 혁신의 방식’을 주제로 열렸다. 심 이사는 이날 ‘비즈플레이가 만드는 AX와 대기업 AX 혁신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AI 코딩도 기업에서는 ‘통제 구조’ 필요
심우진 이사는 비즈플레이가 AX를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AI 기술의 완성을 기다리기보다는 실제 업무에 적용하며 시행착오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기업 서비스에 AI를 적용할 때는 개인이 바이브코딩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달리 일정한 통제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오류가 실제 고객 업무와 계약, 서비스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AI가 자유롭게 코드를 만들도록 두기보다, 개발 표준과 업무 규칙, 검증 절차 안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하네스(Harness)’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즈플레이는 이를 위해 자체 에이전틱 개발 플랫폼 ‘WE-ADP’를 구축했다. 고객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플래너(Planner), 상품을 설계하는 빌더(Builder), AI 개발을 지원하는 디벨로퍼(Developer), 전체 과정을 관측·통제하는 어드민(Admin)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는 사업별로 노코딩 체제도 순차 적용하고 있다.
심 이사는 이 과정에서 개발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모든 코드를 직접 작성했지만, 이제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고객 업무를 이해해 상품을 설계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비즈플레이에서는 개발자가 아닌 기획자가 AI를 활용해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한 개념검증(POC)을 만들고, 고객과 함께 검증한 기능을 실제 제품에 반영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AI보다 먼저 데이터”…비용관리 업무에 적용
심우진 이사는 기업 AX의 출발점으로 판단에 필요한 ‘데이터’를 꼽았다. 출장 신청과 예약, 법인카드 사용, 영수증, 경비 정산, 회사 규정처럼 실제 업무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먼저 연결해야 AI가 반복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이 결과를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비즈니스여행협회(GBTA) 조사에 따르면, 출장 한 건을 신청하고 예약한 뒤 증빙을 모아 정산·보관하기까지 관련 업무에 총 13.6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단계에 걸쳐 사람이 직접 처리하는 업무가 많은 만큼, AI를 적용해 줄일 수 있는 여지도 크다는 게 심 이사의 설명이다.
비즈플레이는 자사의 출장·비용관리 업무에 AI를 적용했다. 영수증을 읽는 AI 광학문자인식(OCR)부터 계정과목·용도 자동 분류, 규정 위반 가능성을 점검하는 컴플라이언스, 정산 에이전트, 자연어로 경영 데이터를 조회하는 NL-SQL 등을 하나의 업무 흐름으로 연결해 AI로 효율화했다.
고객사들이 AI를 이용해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비즈플레이의 조력을 통해 한 대기업에서는 출장 관련 서류와 규정 검증을 맡던 인력을 기존 6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인력을 다른 업무에 배치했다. 또 다른 기업에서는 AI가 계정과목을 추천하거나 영수증과 정산서를 대조하고 있으며, 여러 법인에 흩어진 출장·비용관리 절차를 통합해 처리하고 있다.
다만 비즈플레이는 처음부터 모든 업무를 AI에 맡기지는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정산서나 증빙을 먼저 검토한 뒤 사람이 결과를 확인하고, 양측의 판단 일치율을 측정하면서 AI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심우진 이사는 “전부 자동화하는 것이 AX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AI와 사람이 함께 일하는 단계에서 충분히 검증한 뒤, 신뢰할 수 있는 업무부터 AI의 자율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기업 AX는 AI에 모든 일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AI와 사람이 맡을 일을 다시 정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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