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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인터뷰] ‘17곳 확대’ 동료지원쉼터…이용·실무자 “반쪽짜리 될 수 있다” 경고

투데이신문

장영준씨와 서가영 실무자가 본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장영준씨와 서가영 실무자가 본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쉼터는 지역사회에서 장애 당사자들이 주체로서 서로를 회복시키는 모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서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장애당사자들만 소진될 수밖에 없다”_쉼터 실무자 서가영(26)씨

동료지원쉼터(이하 쉼터)가 확대 기조 속에서 본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쉼터를 2030년까지 17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운영 방식에 따라 ‘위기 대응 공간’이라는 핵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쉼터는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이 심리적 위기를 겪을 때 병원 입원 대신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인 공간과 단기 휴식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숙박 없이 자조모임이나 상담 등을 통해 일상 회복과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동료지원센터와는 성격이 다르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쉼터 7곳 가운데 4곳은 주간형, 3곳은 24시간형(종일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3월 말 발표한 제3차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에서 현재 7곳인 쉼터를 2030년까지 17곳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도권 밖에 거주하면서도 쉼터의 필요성을 꾸준히 호소해 온 정신장애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숫자상 확충과 별개로 어떤 형태의 쉼터를 늘릴 것인지, 또 그 쉼터가 위기 대응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동료지원쉼터를 종일형과 주간형으로 구분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이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위기대응 기능 축소’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받은 바 있다. 쉼터의 핵심 기능이 위기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보호와 회복 지원에 있는 만큼 주간형 운영만으로는 그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신장애계 안팎에서도 주간형 쉼터만으로는 정신장애인의 위기 상황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2030년까지 17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 역시 운영 방식에 따라서는 쉼터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확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인 증설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력 기준과 예산 확보, 운영 모델 등 사업 추진의 핵심 요소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으면서 현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종일형 쉼터조차 예산 부족으로 실무자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17곳 확대가 실제로 안정적인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준씨가 본보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장영준씨가 본보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에 투데이신문은 동료지원쉼터가 왜 궁극적으로 종일형 운영을 지향해야 하는지, 또 복지부 정책이 현장의 어떤 필요를 놓치고 있는지에 대해 이용 당사자와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정신장애 당사자이자 쉼터 이용자인 장영준(48)씨는 2022년 동료지원 양성과정을 거쳐 처음으로 월급을 받는 일을 시작했지만, 일에 몰두하는 사이 허리디스크 시술을 두 차례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고 증상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현병을 가진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며 스트레스가 커졌고, 동생의 증상에 점점 예민해지면서 “이러다 폭력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고 털어놨다.

장씨는 지난해 3월 처음 종일형 동료지원쉼터를 이용한 뒤 현재는 주간형 쉼터도 함께 이용하고 있다. 그는 심리적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병원 입원 외의 대안을 찾던 중 우연히 쉼터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집에서도 동생과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워 밖에 나가 벤치에 앉아 있다 들어오기를 반복하던 그는, 당시 상담 과정에서 쉼터 이용을 권유받고 자리가 난 곳에 입소해 휴식을 취하게 됐다.

이후 쉼터에서 외부와 분리된 안정적인 공간 속에서 충분히 쉬며 불안과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었고 특히 종일형 쉼터에서는 숙면을 통해 회복에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쉼터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감정을 자연스럽게 발산하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약 6개월간 쉼터에서 일해 온 서가영(26) 실무자는 쉼터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다양한 회복 지원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서 실무자 역시 우울증과 ADHD를 겪어온 당사자로, 과거 한동안 은둔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서 실무자는 “쉼터에서는 동료지원가와의 상담과 대화를 통해 정서적 지지를 얻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며 “며칠간 충분히 쉬는 과정에서 감정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자립주택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 필요한 자원에 대한 정보 제공과 연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로 이전한 송파동료지원센터에 배치된 화분과 가구들. ⓒ투데이신문
새로 이전한 송파동료지원센터에 배치된 화분과 가구들. ⓒ투데이신문

그러나 현장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송파 동료지원쉼터는 최근 임대료 부담으로 기존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건물 4층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예산 한계로 인해 새로 옮긴 공간은 기존보다 3~4배가량 좁아졌고 약 3평 남짓한 협소한 공간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월세로 임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 실무자는 “예산이 충분했다면 햇볕이 들지 않는 좁은 공간이 아니라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운영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쉼터 실무 인력은 4명에 불과해 야간 전담 인력을 별도로 두기 어려운 상황이며 서울시 지원을 받는 센터 인력까지 끌어와 야간 공백을 메우고 있다. 서 실무자는 “쉼터는 장애 당사자가 주체가 돼 서로의 회복을 돕는 모델인데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현장 인력만 소진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용자인 장씨 역시 예산 부족이 이용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최근 식단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공간 여건상 주방 시설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공간이 한정돼 있는 만큼 어떤 시기에는 대기자가 생겨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공공주택을 활용한 쉼터 제공이 이뤄진다면 위기 상황에 놓인 정신장애인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에 집중된 종일형 쉼터를 지방으로 확대할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장 씨는 “종일형 쉼터는 숙면을 전제로 운영되는데, 정신장애인에게 안정된 공간과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별 편차가 커 서울에 살지 않았다면 회복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로 이전한 송파동료지원센터 창문에 부착된 안내문. ⓒ투데이신문
새로 이전한 송파동료지원센터 창문에 부착된 안내문. ⓒ투데이신문

서 실무자는 쉼터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다른 취약계층 쉼터는 24시간 숙식 제공이 기본인데, 정신장애인 쉼터만 종일형과 주간형으로 나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쉼터는 원칙적으로 1인 1실을 사용하고 최대 2주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막 마음을 열기 시작할 시점에 이용이 종료되는 점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장씨는 정신건강 서비스 전반이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는 제공자의 편의가 아니라 이용자의 필요와 선택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세분화된 지원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쉼터는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나의 회복을 열기 위한 공간”이라며 “비록 작은 공간일지라도 나에게는 열린 공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쉼터를 제외한 복지 지원은 일상적인 영역에 집중돼 있고 위기 상황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특히 야간이나 주말, 연휴에는 공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장애 특성상 증상은 시간과 관계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24시간 위기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며 “결국 적정 인력과 처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역시 복지부에 ‘실제 운영이 가능한 수준의 정책 설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쉼터가 일상과 병상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인 위기 대응 공간으로 기능하려면 운영 방식과 예산 체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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