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초 시원하고 3년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4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X에 올린 게시물 하나가 그 말을 증명하고 있다. 반이스라엘 허위정보 유포로 국제 사회에서 이미 악명 높은 팔레스타인 콘텐츠 계정 @Jvnior의 영상을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공유하며, “IDF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고문한 뒤 옥상에서 던졌다”는 캡션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 전시 살해와 다를 바 없다”고 적었다. 이것이 국가 원수의 공개 발언이었다.
이 게시물이 올라오기 불과 사흘 전인 4월 7일,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X는 AI 모델 그록(Grok) 기반의 자동번역 서비스를 전 세계에 공식 롤아웃했다. 4월 8일부터 본격 적용된 이 기능은 번역 버튼 없이도 게시물이 사용자의 언어로 자동 변환돼 표시된다. 영어·히브리어·아랍어 사용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한국어 원문을 실시간으로 읽게 됐고, 역으로 한국 사용자들은 이스라엘과 친서방 네트워크의 비판 게시물을 스크롤 하나로 즉시 접하게 됐다. 언어 장벽이 사라진 바로 그 순간,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실책이 터진 것이다.
공교로운 것은 그 이틀 전 벌어진 일이다. 4월 8일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오만·바레인 등 걸프협력이사회(GCC) 6개국과 요르단의 주한대사 7명이 국회를 찾아 “이란이 전쟁 당사국도 아닌 중동 국가를 일방 공격했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도 대이란 규탄과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 원유 수입의 62%가 경유하는 해협의 안전을 쥔 핵심 우방들이 직접 찾아와 손을 내밀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들의 간청에 화답하는 대신, 이틀 뒤 이란의 테러 공세에 맞서 싸우는 이스라엘을 정면 공격했다. 걸프 우방의 요청을 발로 차고 중동 외교 판 전체를 뒤집은 것이다.
그 영상의 실체는 무엇인가. X의 AI 그록이 즉각 팩트체크를 내놨다. 2024년 9월 19일 이스라엘 두브데반 특수부대가 요르단강 서안 카바티야(Qabatiya)에서 무장 테러리스트를 사살한 대테러 작전의 기록물이었다. 이스라엘군의 자체 조사도 이미 2년 전에 완료된 사건이었다. ‘실시간’도 아니었고, 피해자는 ‘어린이’도 아니었다. 초기 게시물의 ‘어린이 고문·실시간’ 프레임은 자동번역을 타고 이미 전 세계로 퍼진 뒤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2024년 사건을 현재 일처럼 허위 제시하는 가짜 계정을 인용했다.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야에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발언은 용납될 수 없으며 강력히 규탄받아 마땅하다.” 성명은 마지막에 이 한 문장을 박았다. “Mr. President, it’s always better to check before posting.” 이 성명의 조회수는 그록 분석 기준 965만 회, 좋아요 9,081개, 리포스트 2,388개를 기록했다.
주한 이스라엘 공식 계정이 한국어로 올린 항의 게시물은 7,600건 이상의 재게시(리트위)를 기록했다. 미국 보수 미디어 NEWSMAX, Reuters, Jerusalem Post, 알자지라, 재팬타임스가 일제히 “한-이스라엘 외교 충돌”로 보도하며 ‘Lee Jae Myung’과 ‘Holocaust trivialization’이라는 단어가 국제 뉴스 피드를 나란히 채웠다.
자동번역이 실어 나른 것은 이스라엘 관련 내용만이 아니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공직선거법 위반, 가족간 다툼, 여배우 해프닝 등 국내에서 오랫동안 제기된 사적, 사법 의혹들이 “이 대통령은 누구인가”를 검색하는 영어·히브리어권 사용자들에게 대량으로 노출됐다.
BTS가, K팝이, 한국 기업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올린 국가 이미지가 대통령의 손가락 하나로 불필요한 상처를 입기까지 채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이재명 대통령이 외치는 ‘보편적 인권’의 실체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이스라엘 외무부 성명은 이 핵심을 정확히 찔렀다. “이란과 헤즈볼라의 최근 이스라엘 시민 테러 공격에 대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이 드러났다.
이란은 수만 명의 시위대를 학살하고 여성들을 공개 처형한다. 히잡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젊은 여성이 교도소에서 숨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반응은 침묵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거주지를 무차별 폭격하고 병원과 학교를 파괴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푸틴에게 전쟁범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반응은 역시 침묵이었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족 100만 명 이상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홍콩의 자유를 짓밟고, 네팔과 인접 소국들을 경제적 예속으로 옥죄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중 당시 CCTV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위구르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오히려 “셰셰”를 연발하며 굽혔다.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만 명을 정치범 수용소에 억류하고, 공개 처형으로 공포 통치를 이어가며, 탄도미사일로 한반도를 위협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조차 거부해왔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독재 아래 반체제 인사들이 불법 구금되고 수백만 명이 굶주림을 피해 탈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반응은 여기서도 완전한 침묵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해서만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 SNS에 격렬한 글을 올렸다. 인권이 진정한 외교적 가치라면 그 잣대는 적(敵)과 우방(友邦)을 가리지 않고 균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이란에는 침묵하고, 중국에는 셰셰하고, 북한에는 손을 내밀면서, 이스라엘에만 유대인 학살을 들먹이는 것은 보편적 인권이 아니다. 그것은 반서방 이념을 인권의 외피로 포장한 정치 공세다. 이스라엘 외무부가 “왜 이란과 헤즈볼라에는 침묵하느냐”고 물었을 때, 이 대통령이 내놓은 재반박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단 한 줄도 없었다.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반박 게시물은 또 다른 문제를 드러냈다. “끊임없는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는 문장은 이스라엘을 향한 것이었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국내 국민을 향한 선언처럼도 읽혔다. 자국 국민의 비판을 사실상 매국노 취급한 구도였다.
설설 기는 각료와 공무원들은 이를 막지 못했고, 무조건 환호하는 지지층의 열광에 취한 채 만기친람(萬機親覽)식 1인 결정이 외교 현장을 지배하고 있다. 외교부는 불을 끄기는커녕 “대통령의 발언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것으로 이스라엘이 오해한 데 유감”이라는 동조 성명으로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 개인의 의견이 국가의 공식 외교 메시지로 둔갑하는 이 구조가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이다.
역사는 이런 종류의 오판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여러 차례 보여준 바 있다. 1870년 비스마르크는 국왕과 프랑스 대사의 접촉 내용을 의도적으로 도발적으로 편집해 공개했다. 이른바 엠스 전보 사건이다. 프랑스는 격분해 선전포고했고, 그 결과는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었다. 1964년 통킹만 사건에서 미국 정부는 불완전하고 왜곡된 사실 인식에 기초해 의회에 보고했고, 그것이 베트남전 직접 개입 확대의 명분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안이 이들과 동일한 규모의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메커니즘은 같다. 잘못된 정보가 상대국의 체면·안보 프레임과 결합할 때 급속히 증폭된다. 지도자의 언어는 개인 의견이 아니라 국가 의사표시로 읽힌다. 그리고 정정하더라도 이미 국제 여론장에서 회수되지 않는다.
이재명 정권이 간과하는 핵심이 있다. 이스라엘과 유대 네트워크를 자극하는 것은 단순한 중동 외교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유대인 약 1,540만 명 중 750만 명이 미국에 집중돼 있고, 이들이 구축한 금융·언론·법조·통상·과학·정치 네트워크는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한국이 지금 미국 의회를 상대로 상호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협의를 진행하는 시점에, 미국 내 가장 조직적인 로비 집단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협상 환경을 스스로 악화시키는 행위다. 반도체 첨단 장비 수출 허가, 이스라엘의 사이버보안·AI 군사기술 협력, 호르무즈 해협 안전까지 한꺼번에 흔들린다. 관세·반도체·에너지·금융·안보가 동시에 위협받는 복합 피해는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 고스란히 감수하게 된다.
해법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당장 사과해야 한다. 사실 확인 없이 허위 프레임을 유포한 것, 그리고 공식 규탄 이후에도 정정 대신 재반박을 택한 것에 대한 명확한 사과다.
이스라엘에는 특별사절단을 파견해 직접 고개를 숙이고 진무해야 한다. 외교부는 동조 성명을 거두고, 대통령 개인의 의견이 국가 공식 입장으로 둔갑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검토 절차를 즉각 명문화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 사안을 흐지부지 넘기지 말고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항의하며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다. 이란에는 굽히고, 중국에는 셰셰하고, 북한에는 손을 내밀면서, 이스라엘에만 유대인 학살을 거론하는 것이 보편적 인권이라고 국제 사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비스마르크의 편집된 전보 하나가 프랑스와의 전쟁을 불렀듯, 사실 확인 없는 메시지는 국가 리스크가 된다. “게시 전에 확인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이스라엘 외무부의 한 문장이 이미 965만 명에게 읽혔다. 만기친람과 환호에 취한 대통령이 자초한 그 피해를, 아무 잘못 없는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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