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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토인비의 경고, 강해 보이는 권력은 왜 무너지는가

whisk로 글의 핵심을 표현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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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연구(A Study of History)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밑줄을 그으며 읽은 책으로 유명하다. 필자도 브레진스키의 거대한 체스판, 키신저의 세계질서와 함께 이 책을 탐독하며 역사 앞에 서는 법을 배웠다.

토인비의 핵심 통찰은 이것이다. 문명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도전에 창조적으로 응전하던 집단이 더 이상 창조하지 못하고 억압으로만 군림하는 ‘지배적 소수(dominant minority)’로 타락할 때 스스로 해체된다. 요즘 이재명 민주당 정권을 보며 이 구절이 자꾸 떠오른다.

사법부 정치화 — 권력 분립이 무너지다

이재명 정권은 집권 이후 입법·수사·사법·행정 네 축을 순차적으로 장악했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모든 입법 안건을 처리할 수 있고, 검찰 수사권은 법 개정으로 사실상 해체됐다. 여기에 2026년 2월 임시국회에서는 사흘 만에 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을 연속 강행 처리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효과다.

대법관 정원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면 임기 내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게 될 대법관은 22명, 전체의 84.6%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항의 표시로 사의를 표명하고, 전국법원장회의가 공식 성명까지 발표했지만 정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이 군과 사법부를 장악하며 외형적 민주주의를 유지했던 방식이 겹쳐 보인다.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반문명적 권위주의 방향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토인비의 눈으로 보면, 지금 이 정권은 이미 창조적 소수에서 지배적 소수로의 전환점을 넘어서고 있다.

코스피 6천의 해부 — 숫자는 사실이지만 선전은 거짓이다

이재명 정권이 내세우는 사실상 유일한 경제 성과가 코스피 상승이다. 코스피가 5천을 넘고 6천을 돌파하자 집권 세력은 이를 정권의 훈장처럼 내걸었다. 그러나 숫자에는 원인이 있고, 원인을 뜯어보면 ‘이재명 코스피’라는 표현은 경제 분석이 아니라 정치 선전이다.

▐ 코스피 상승의 실제 동인과 평가

요인 실제 내용 정권 업적 여부
반도체 대형주 쏠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총 비중 40% 이상(2026.3 기준), HBM·엔비디아 효과로 지수 견인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 급증 수혜, 정권 정책과 무관
M2 유동성 팽창 M2 통화량 4,565조원(2026.1, 사상 최고), 시중 자금 주식시장 유입 돈이 풀리면 자산가격이 오르는 기본 메커니즘
트럼프 관세 변수 트럼프 관세 발언 시 원·달러 환율 급등, 코스피 동반 변동성 확대 이재명 발언보다 트럼프 한마디에 시장이 더 크게 반응
중동 전쟁 충격 미국의 이란 공습 보도 후 코스피 6천선 이탈, 확전 우려 시 4%대 급락 중동 전황 한마디에 지수 방향이 결정되는 외생 변수 장세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반도체 두 종목과 유동성, 그리고 미국발 변수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이 방정식 어디에도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상승이 경제 전반의 건강함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수는 올랐지만 서민 경제와 직결된 내수·중소기업·자영업은 고사 직전이다. IMF가 전망한 2026년 한국 GDP 성장률은 1.9%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내수가 뒤처지는 ‘K-양극화’가 숫자에 가려져 있다. 코스피 6천과 GDP 1.9%가 공존하는 이 간극이 착시의 실체다. 창조적 소수는 이 구조적 취약점을 직시하고 해법을 낸다. 지배적 소수는 그 숫자를 훈장으로 바꿔 선전에 동원한다.

이스라엘 X 파문 — 내수용 언어가 외교 부담이 되다

권력이 내부 견제를 모두 제거하면 외교 감각도 함께 무뎌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스라엘 관련 논란성 동영상을 X(구 트위터)에 공유하며 강한 비판 표현을 게재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즉각 반발했고, 사과 없는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해당 게시물 조회는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 지지층에게는 통하는 언어가 국제무대에서는 외교 사고로 비화한 것이다.

역사·안보·종교가 복잡하게 얽힌 중동 문제에서 국가 정상의 언어는 국내 정치 문법과는 다른 정밀함을 요구한다. 국가 원수의 SNS가 내부 결집에는 효과적일 수 있어도, 그것이 국제 신뢰라는 국가 자산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외교력이 아니라 외교 비용이다. 내부 비판을 가볍게 여기는 통치 습관이 외교 감각의 둔화로 이어지는 구조 — 강해 보이는 권력이 가장 오만해지는 순간이 바로 이런 장면이다.

미셸 박 스틸 지명 — 워싱턴이 서울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2026년 4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을 트럼프 2기 첫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지명했다. 서울 출생의 한국계 정치인으로, 북한 실향민 2세인 그는 대중 강경론과 탈북자 인권 문제에 단호하고,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에도 반대한 전력이 있다. 트럼프 정치의 인사이더로 꼽히며, 관세 협상과 동맹국 보조금 조율에 필요한 정치적 중량감도 갖춘 인물이다.

미국은 사람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다. 워싱턴이 서울에 관성적 외교 실무자가 아니라 가치·안보·반공 정체성이 선명한 정치인을 보내는 것은, 한국의 대북·대중 노선과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더 예민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미국의 관세·투자 압박 협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이 인사가 오는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재명 정권이 국내에서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어도, 동맹의 시선이 달라지면 외부 기반이 흔들린다. 워싱턴이 서울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 — 이것이 이 인선이 보내는 가장 명확한 메시지다.

오만의 메커니즘 — 지배적 소수의 다섯 가지 징후

토인비에 따르면 창조적 소수가 지배적 소수로 타락하는 과정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 위기에 해법 대신 통제를 강화하고, 반대를 설득 대신 제압으로 다루며, 외부 도전을 개선의 자극이 아니라 적대 행위로 규정한다. 이 구조가 고착될 때 체제의 정당성은 조용히 잠식된다.

지금 이재명 정권을 이 패턴에 대입하면 다섯 가지 징후가 겹친다. 코스피 숫자를 업적으로 반복하는 것, K-양극화와 실물경제 괴리를 직시하지 않는 것, 사법부 정치화로 견제 구조를 허무는 것, 이스라엘 파문에 사과 대신 반박으로 일관하는 것, 워싱턴의 달라진 시선에 무감각한 것. 이것은 정권 붕괴의 예언이 아니다.

오만이 쇠락을 불러오는 역사의 메커니즘을 지금 이 정권이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금 한국 정치의 진짜 위험은 이 정권이 강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교정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동기감응(同氣感應) — 위기가 깊을수록 응전의 힘도 깊어진다

우리 역사에는 동기감응(同氣感應)이라는 개념이 있다. 같은 혈통의 조상과 후손이 같은 기(氣)로 서로 감응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이를 문명론으로 확장하면 이렇게 읽힌다. 한 민족이 진정한 위기에 처할 때, 서로 약속하지 않아도 그 위기를 먼저 감지한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썩은 언론이 아무리 진실을 가려도 사람들은 결국 스스로 알아채고, 그 감응 속에서 의인(義人)이 나타난다.

지금 그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강의로 수십억 원을 벌 수 있는 전한길 강사가 그 길을 접고 구국의 현장에 헌신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연일 거리를 걸으며 부정선거 규명과 독재 타도를 외치고 있다. 조직된 동원이 아니라 위기를 감지한 개인들의 자발적 감응이다.

이 응전이 결실을 맺으려면 제도권 대안 세력의 각성이 함께 와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금 자기 혁신의 기로에 서 있다. 자유민주주의·한미동맹·시장경제·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세력을 폭넓게 껴안되, 내부의 친중 성향 세력, 진영을 약화시키는 내부 총질 세력, 변화를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은 과감히 축출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반(反)이재명이 아니라 확고한 가치를 가진 대안이다. 가치를 잃은 정당은 권력을 잡아도 나라를 구하지 못한다.

강해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하다

토인비는 문명이 위기를 극복하는 조건으로 도전의 강도에 걸맞은 응전의 질을 요구했다. 역사는 그 응전이 반드시 거대한 혁명의 소리와 함께 오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줬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2009년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전자투표는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한다”고 결정한 것처럼, 제도 안에서의 자기 방어가 응전의 시작이다. 한국도 선거 투명성 검증, 사법 독립 복원, 한미동맹 가치 기반 재확인 — 이 세 가지를 제도적 응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둑은 대개 밖에서 한 번에 터지지 않는다. 안에서 오래 금이 가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모두가 알게 될 뿐이다. 요즘 이재명 민주당 정권을 보며 토인비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고 서두에 말했다.

이제 덧붙이고 싶은 것은 하나다. 그 균열을 먼저 감지하고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이미 있다. 진정한 힘은 억압의 크기가 아니라 국민적 동의의 깊이에서 나온다.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복원은 그 감응의 힘에서 시작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박대석 칼럼니스트
박대석 칼럼니스트

참고자료
아놀드 J. 토인비,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 1934~1961 / 연합뉴스, 미셸 박 스틸 주한미대사 후보 지명, 2026.4.13 / 연합뉴스TV, 코스피 6천 돌파 반도체 대형주 견인 보도, 2026.2 / 조선비즈, 코스피 4%대 급락 보도, 2026.3.29 / KB경영연구소, 달러·원화 환율 시나리오 분석, 2026.4 / IMF 세계경제전망 한국 GDP 성장률 1.9%, 2026.1 / 한국은행, M2 통화량 4,565조원(2026.1 기준) / 뉴데일리·머니투데이, 사법개혁 3법 국회 통과, 2026.2.26~28 /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전자투표 위헌 결정, 2009.3 / YTN, 이재명 대통령 이스라엘 X 논란 보도, 20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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