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가격 변동이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전세자금대출 보증 축소를 통해 전세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센터 박진백 부연구위원 연구진은 14일 발표한 ‘최근 주택임대차시장 구조변화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이 1986년부터 2025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거에는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을 결정하는 일방향적 구조였으나 2010년 이후부터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상호작용 구조가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세시장이 단순한 임대차 시장을 넘어 매매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재편됐음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가격 1%포인트 상승 충격에 따른 매매가격의 누적 반응은 2000년대 이후 양(+)의 관계로 돌아선 뒤, 2015~2019년 1.24%포인트로 정점을 찍었다. 최근까지도 1%포인트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2010년 전후로 전세자금 대출이 확대되면서 공급된 유동성이 전세시장을 넘어 매매시장에 강한 영향을 주는 기폭제가 됐다”며 “금융 위기 이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대출 확대와 보증 제도가 전세시장을 금융 의존적 구조로 재편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3년 도입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는 전세시장 유동성 공급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보증서 발급자의 약 70%가 전세자금을 대출받으면서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고, 이것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 사기 여파로 보증 제도가 일부 축소되긴 했으나, 전세 시장 내 유동성 규모는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연구진은 전세가격이 매매시장을 교란하는 현재의 구조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임차인의 과도한 차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현재 1주택자에게만 적용되는 전세자금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무주택자까지 확대하고, 임대인이 보유한 임차보증금을 임대인의 DSR 산정에 반영하는 등 전세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세 제도가 주택 가격 거품을 키우는 통로가 되지 않도록 금융 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연구진은 “전세자금대출과 보증 제도가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동시에 매매시장에 자금이 흘러들어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향후 정책은 임차인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의 상호작용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와 전세자금대출 확대가 매매시장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향후 금융 규제와 주거 정책의 방향성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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