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최근 정치권과 관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반도체 초과 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 현재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안한 ‘국민배당금제’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국면에서 공식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반도체 초과 세수 활용 방안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경기 상황과 세수 여건, 재정투자 방향 등을 상시 점검하고 있지만, 특정 세수를 지목해 별도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 변동에 따른 통상적인 세수 전망 점검일 뿐, 특정 산업의 수익을 사회적으로 배분하는 구체적인 정책 수립 단계는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2일 김 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그는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한 역대급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경우 이를 국민에게 직접 돌려주는 ‘국민배당금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실상 탈취해 선심성으로 나눠주겠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가의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는 취지”라고 엄호했으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해당 구상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내부 논의는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한 것은 국민배당금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 예산 정국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초과 세수 처리는 국가재정법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채무 상환이나 지방교부세 정산 등에 우선 활용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책실장의 제안은 중장기적인 담론 차원의 아이디어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한국 재정정책의 민감한 균형점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한다.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직접 배당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국민 체감도를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경기 변동성이 큰 분야로, 특정 시기에 발생한 세수 호조를 제도화해 배당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방식이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경기 불황기에 소비 진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화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적 한계가 크다.
청와대의 이번 ‘선 긋기’는 결국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고, 재정 운용의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 전문가들은 “세수 변동은 경기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며, 이를 특정 산업에 연계해 배당하는 것은 재정의 중립성과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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