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의 불길이 내연기관차 차주들의 지갑을 덮쳤다. 연료비가 20% 넘게 치솟은 데 이어 엔진오일 등 필수 소모품 교체 비용까지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차량 유지비 부담이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4월 ‘개인운송장비 운영 비용’은 전년 동월 대비 16.3% 상승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휘발유(21.1%)와 경유(30.8%)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전체 비용 상승을 견인했다. 차량 관리에 필수적인 엔진오일 교체 비용도 11.6% 올라 2009년 6월 이후 16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며 이른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내연기관차 유지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소비자들의 시선은 빠르게 전기차로 향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100만 대를 넘어섰다. 올해 신규 등록 대수 10만 대 돌파 시점 역시 지난해보다 석 달이나 빨라졌다. 고유가 국면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계의 파격적인 할인 경쟁과 정부의 지원 정책이 맞물리며 전기차 대중화 속도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체 신차 등록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3.0%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20.1%까지 급격히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거시적인 경제 변수보다 당장 눈앞의 유지비 부담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장중 변동성이 큰 유가 흐름에 따라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역시 전기차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구매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확충은 물론, 최근에는 중고 전기차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특히 충전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협력해 고속도로·도심 주요 거점에 초급속 충전기를 확대 설치하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검증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충전 인프라의 지역별 불균형, 배터리 교체 비용 부담, 중고차 가치 하락 우려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전력망 안정성 문제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전환은 단순히 차량 교체 차원을 넘어 에너지 정책, 산업 구조, 소비자 생활 패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정부와 업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 잡힌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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