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네 차례 더 끌어올려 최종 금리가 연 3.5%에 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세수 증대가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로 이어지면서, 물가와 성장을 동시에 자극해 한은의 긴축 고삐를 더욱 죄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재정 지출 확대라는 상방 요인을 반영해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연 3.0%에서 3.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한은이 오는 7월부터 금리 인상 페달을 밟기 시작해 10월, 내년 1월과 4월에 각각 0.25%포인트(p)씩 총 네 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올해 두 차례 인상에 그칠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전망 수정의 핵심 근거는 ‘반도체 호황’이다. 보고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수가 올해 121조 원, 내년에는 224조 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85조 원) 수준을 압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넘쳐나는 세수 덕에 정부가 올해 하반기 20조 원, 내년 9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출을 늘릴 여력이 생겼고, 이것이 결국 경제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씨티은행은 확장적 재정 기조를 반영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3.0%로, 내년은 2.4%에서 2.8%로 각각 올려 잡았다.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만큼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기초 체력이 확보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꿈틀대는 부동산 시장도 금리 인상의 명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데다, 최근 서울 주택 가격과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향후 한국 경제가 정부는 돈을 풀고(확장 재정), 중앙은행은 돈줄을 죄는(긴축 통화) 이례적인 정책 혼합(Policy Mix) 양상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의 부양책이 만들어낸 온기를 한은이 금리 인상으로 식혀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은 시점에서 나온 씨티은행의 ‘연 3.5% 인상론’은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반도체 발 세수 증대가 실제 정부 지출 확대와 물가 자극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한은 통화정책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