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경투데이 = 한승수 기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채권시장과 기술주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자극하고, 이는 장기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며 그동안 인공지능(AI)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온 기술주 랠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외신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장기 국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5%를 넘어섰고, 30년물 국채 금리는 5% 선을 돌파했다.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발행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으며, 영국과 독일, 스페인, 호주 등에서도 장기물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채권 금리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이 길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하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은 이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거나, 오히려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상승이 성장주와 기술주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AI 관련주는 미래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 왔지만, 장기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면서 주가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AI 산업 특성상 자본조달 비용 상승은 기업 수익성 전망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AI 기술주를 중심으로 단기 과열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S&P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운용업계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 이상에서 장기간 머물 경우 증시 조정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장기채 금리는 주식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민간 신용,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시장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도 이번 주 회의에서 최근의 채권 매도세와 금리 급등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각국 재정 부담이 커진 가운데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정부의 이자 비용은 물론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유가와 장기 국채 금리 흐름이 글로벌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산업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고금리 환경에서는 투자자들이 실적과 현금흐름, 자본비용을 더 엄격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I 관련주의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기술 성장 기대뿐 아니라 금리 안정이라는 조건도 필요하다”며 “중동 리스크가 물가와 금리 경로를 흔들 경우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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