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경투데이 = 한승수 기자]
국내 주류 시장이 구조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과 음주를 자제하는 ‘소버 큐리어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통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주류업계는 비·무알코올 제품과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1천㎘로 집계됐다.
2014년 380만8천㎘와 비교하면 10년 만에 17.3% 감소했다.
회식 문화 약화, 젊은 층의 음주 기피, 건강 관리 수요 확대 등이 맞물리며 맥주와 소주 중심의 기존 시장이 예전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비·무알코올 맥주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모임 분위기를 즐기려는 소비자와 낮은 도수 제품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이면 비알코올, 알코올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 음료로 구분된다.
유통 현장에서도 성장세가 확인된다. 이마트의 지난해 비·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오비맥주의 올해 1분기 비·무알코올 맥주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7.7% 늘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 0.00’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1.8% 증가했으며, 2023년과 비교하면 64.7% 확대됐다.
업체들은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0.0’에 이어 ‘카스 레몬 스퀴즈 0.0’, 무알코올 맥주 ‘카스 올제로’를 선보이며 선택지를 넓혔다.
하이트진로음료도 ‘하이트논알콜릭 0.7%’, ‘하이트제로 0.00’, ‘하이트제로 0.00 포멜로향’에 이어 최근 ‘테라 제로’를 출시했다.
기존 맥주의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알코올 부담을 낮춘 제품으로 소비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비·무알코올 맥주의 소비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중심으로 판매되던 제품들이 최근에는 일반 식당과 주점에서도 취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음주를 하지 않는 소비자도 외식·모임 자리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체 음료가 필요하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소주업계는 국내 시장 정체를 해외에서 만회하고 있다.
특히, 과일소주는 낮은 도수와 달콤한 맛, K-콘텐츠 확산에 따른 한국 주류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며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과일소주가 포함된 리큐르 수출액은 지난해 1억41만달러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리큐르는 증류주에 과즙이나 감미료 등을 섞은 주류로, 과일소주가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 관련 매출도 증가세다.
지난해 기타제재주 매출은 1천75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늘었고, 2023년과 비교하면 14.4% 증가했다.
회사 측은 해당 매출 대부분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자두, 딸기, 복숭아, 레몬, 멜론 등 수출 전용 제품군을 확대한 ‘에이슬’ 시리즈가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도 해외 소주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과일소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롯데칠성은 과일소주를 포함한 소주 제품을 미국, 동남아, 유럽 등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유통망 확대가 두드러진다.
롯데칠성은 2024년부터 과일소주 브랜드 ‘순하리’를 코스트코와 타깃 등 미국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내 순하리 판매 채널은 2만4천곳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류 시장의 양적 성장이 제한적인 만큼, 향후 비·무알코올 제품과 해외 맞춤형 주류가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음주 문화 변화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소비 구조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건강을 고려해 음주량을 줄이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존 주류 시장의 성장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며 “비·무알코올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해외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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