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목적으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납치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23)의 1심 판단이 오늘(30일)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3부(이정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윤기의 선고공판을 연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이 드문 보행로에서 귀가하던 16세 여고생에게 성범죄 목적으로 접근해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또래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이틀 전 직장 동료였던 20대 외국인 여성을 감금·성폭행하고 스토킹한 혐의도 포함됐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지난해 6~7월에는 청소년의 신체 일부를 여러 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일반 살인으로 송치됐다가 ‘강간살인’ 적용…장윤기 공소사실 인정
경찰은 당초 장윤기를 형법상 일반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의 보완 수사를 거치면서 성범죄 목적으로 피해자를 납치하려다 살해한 정황이 드러났고 결국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뿐인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장윤기는 첫 공판에서는 살해와 계획 범행 등 상당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강간 목적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지난 7월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이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인한 뒤 강간 목적의 살인을 포함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장이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는지 묻자 장윤기는 “네”라고 답했다.
검찰은 장윤기가 범행 전 피해자를 뒤쫓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범행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 자택에서 발견된 리얼돌 관련 자료 등을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했다.
특히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대형 케이블타이도 주요 증거로 거론됐다. 검찰은 장윤기가 피해자의 손목과 발목을 묶어 차량에 태우려는 계획을 세운 정황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장윤기 측은 케이블타이가 컴퓨터 작업 과정에서 전선을 정리하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범행을 위해 준비한 물건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해당 케이블타이는 범행 수개월 전에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사형 구형…“사회 복귀하면 재범 위험 커”
검찰은 지난달 3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범행이 구체적으로 계획됐고 수단과 방법, 결과가 중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심리검사와 과거 범행 등을 토대로 장윤기가 사회로 복귀할 경우 살인과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이 크다는 취지로 극형을 요청했다.
검찰은 장윤기가 피해 여고생을 살해한 뒤에도 앞서 스토킹 범행의 대상이었던 여성을 다시 찾아간 동선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왜곡된 성적 인식과 관련한 정황 등도 재판에서 제시했다.
장윤기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장윤기가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고 전과가 없으며 범행을 후회하고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범행에 이르게 된 배경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윤기도 최후진술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죄한다며 평생 죗값을 안고 가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판부에는 반성문도 제출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선고를 앞두고 법정 최고형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은 지난 28일 광주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으며, 약 9만 9000명이 서명한 엄벌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현재 가장 최근 사형 판결이 확정된 사례로는 2014년 강원 고성군 GOP에서 동료 병사 5명을 살해한 임 모 병장 사건이 있다. 임 병장은 2016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아버지가 현직 경찰…‘봐주기·부실수사’ 의혹도 별도 재판

장윤기 사건은 범행 자체뿐 아니라 초기 경찰 수사를 둘러싼 ‘봐주기 수사’와 증거인멸 의혹으로도 파장이 이어졌다.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일선 수사팀과의 유착 여부를 놓고 검찰과 경찰의 별도 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 모 경감과 팀원은 장윤기의 부친에게 차량 위치와 열쇠, 주거지 주소, 현관 비밀번호 등 수사 정보를 알려주고 리얼돌과 케이블타이 등 범행 관련 증거의 은닉·인멸을 도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경감에게는 케이블타이를 촬영한 영상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피해자 측은 장윤기가 강간살인 혐의를 인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케이블타이와 블랙박스 등이 초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확보되거나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관련 경찰관 측은 수사 과정에서 업무상 과오는 있었지만 범행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다투고 있다.
이와 별도로 당시 광산경찰서 수사를 지휘한 경찰 간부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지휘부를 둘러싼 수사와 재판도 이어지고 있다.
장윤기에게 적용된 강간살인죄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선고할 수 있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고 장윤기가 핵심 공소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재판부의 1심 판단은 이날 오후 2시 내려질 예정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