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핵심 신차 공개부터 판매·생산까지 미국에 무게를 두면서 ‘안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을 신차 전략의 핵심 무대로 삼으며 글로벌 사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5세대 완전변경 ‘디 올 뉴 투싼’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국내에서 디자인과 주요 상품성을 공개한 데 이어 미국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한다. 앞서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브랜드 최초의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을 세계 최초 공개했다. 볼륨 모델인 투싼과 플래그십 모델인 GV90의 글로벌 공개 무대를 잇달아 미국으로 가져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행사 장소의 변화가 아닌 북미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전략의 신호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의 판매 규모는 한국과 유럽을 넘어섰다. 올해 2분기 미국 도매 판매량은 26만4587대로 한국(15만7647대), 유럽(14만4000대)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투싼은 지난해 미국에서 23만4230대가 팔려 현대차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26%를 차지했고, 올해 1~8월 15만85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미국 중심의 흐름은 이어졌다. 북미 판매량은 59만5457대로 역대 상반기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만 48만965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제품 투입 계획에서 미국의 우선순위는 뚜렷하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에 신차·부분변경 모델 58종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의 49종보다 9종 많다. 유럽(41종)·인도(26종)·중국(22종)과 비교해도 가장 많다. 2030년까지의 지역별 신차 투입 계획에서도 북미가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생산과 공급망도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50만대 추가할 계획이다.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은 80%까지 높인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북미에 10종 이상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팔릴 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과 조달까지 현지화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경쟁 구도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는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올해 3분기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을 51만1421대로 추산했다. 포드(50만4172대)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다양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앞세워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콕스오토모티브는 “미국 소비자들이 연비가 좋은 선택지를 찾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는 이 같은 선택지를 갖추기 시작했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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