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아무도 계약하지 않아 대구 지역의 대표적인 준공 후 미분양 단지로 꼽혔던 아파트에 전혀 다른 전례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분양할 때는 청약 신청자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준공 이후에도 990가구가 사실상 통째로 비어 있었으나 전세로 공급 방식을 바꾸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 9월에는 좋은 동·호수를 먼저 선점하려는 사람들이 분양사무소 앞에 텐트와 캠핑용 의자까지 설치하고 며칠씩 대기하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졌다.
과거 미분양의 상징으로 불렸던 이 단지가 대반전을 이뤄낸 배경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위치한 상인푸르지오 센터파크는 총 990가구 규모의 대단지 신축 아파트로 2024년 4월 준공되었으나 한동안 분양 계약으로 이어진 가구를 찾기 힘들었다.
청약 당시 특별공급에는 364가구 모집에 단 6명이 신청했고, 일반공급을 합쳐도 총 신청자가 58명에 불과할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했다.
당시 주력 평형인 전용 84㎡의 분양가가 평균 약 6억 5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주변 기존 아파트 대비 가격 부담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실수요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반전의 계기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인 CR리츠가 해당 미분양 주택 단지를 통째로 매입하면서 마련되었다.
임대주택으로 운영 방식을 전격 전환하면서 수요자들은 큰 부담을 주는 매매 대신 안전한 전세 방식으로 입주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공급된 전용 84㎡ 전세보증금은 2억 2200만~2억 385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되어, 주변 신축 아파트 전세 시세보다 최대 1억 원가량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든든한 보증 지원과 향후 분양 전환 기회까지 더해지며 수요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전환된 임대 방식의 파괴력은 지난 6월 진행된 첫 번째 전세 공급에서 곧바로 입증되었다.
당시 공급된 물량은 총 549가구였으며, 선착순으로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계약을 원하는 대기 수요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대형 평형을 제외한 약 420가구의 계약이 단기간에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분양 당시에는 미분양의 늪에 빠졌던 단지가 전세로 허들을 낮추자 불과 몇 달 만에 상당수 물량이 소진되며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다.

지난 9월 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2차 전세 공급의 선착순 동·호수 지정 현장은 그야말로 뜨거운 열기의 도가니였다.
정식 계약일 이전인 9월 6일 오후부터 대기자들이 현장에 몰리기 시작해 당일 오전에는 200~250여 명이 줄을 섰다.
일부 수요자는 로열동과 로열층을 사수하기 위해 텐트, 캠핑용 의자, 파라솔까지 동원했으며 현장에서 최대 43시간에서 46시간 동안 밤을 지새우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약 440가구를 대상으로 한 2차 공급 역시 폭발적인 호응 속에 진행되며 과거의 침체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실거래 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2026년 9월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 전용 84.9㎡가 2억 6500만 원에 전세 계약된 사례가 포착되는 등 합리적인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다.
CR리츠가 주도한 이번 공급 모델은 단순히 개별 단지의 흥행 성공을 넘어, 지방의 심각한 준공 후 미분양 문제를 임대 방식으로 슬기롭게 풀어낸 모범적인 선례로 평가받고 있다.
높은 분양가에 발목 잡혔던 신축 아파트가 합리적인 전세가와 안전장치를 만나 어떻게 살아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현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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