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유엔총회 무대에서 이란과 쿠바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겉으로 화기애애하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던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 직후, 주요 국제 현안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 뚜렷한 입장차와 갈등 불씨를 유엔 무대에서 재확인했다는 평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한 부주석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걸프 지역을 포함한 중동 국가들의 주권과 안보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주석은 연설에서 미국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을 겨냥해 무력 사용 반대 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 한 부주석은 이어 “차이와 분쟁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우회하는 일방적인 군사행동에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쿠바 문제에 대해서는 한층 더 직접적인 어조로 날을 세웠다.한 부주석은 “관련 국가가 쿠바에 대한 무력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쿠바에 대한 봉쇄와 제재를 전면 해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미국이 1월부터 석유 공급을 차단해 최근 쿠바 전역 전력망이 무너진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연단에 올라 “미국은 쿠바 포위망을 풀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번 연설은 며칠 전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 직후 나와 이목을 끌었다. 두 나라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물밑에선 이란 문제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데이비드 퍼듀 미국대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란 지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명확히 전달했다”고 했다. 중국이 이란에 방공 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고다. 시 주석은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미국과 이란 사이 조속한 대화를 강조했다.
한 부주석은 이날 중국이 다자주의를 옹호하는 든든한 우군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크든 작든 모든 국가는 국제사회 평등한 일원이며, 세계의 문제는 협의를 통해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또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 없이는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역사와 현실이 보여준다”며 “보호무역주의에는 승자가 없다”고 미국의 보호주의 기조를 겨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회를 미·중 간 구조적 갈등이 팽팽하게 맞서는 외교전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싱크탱크 중국 글로벌화센터(CCG) 왕지천 부비서장은 “총리와 부주석 모두 고위급 대표이기에 참석 자체를 외교적 신호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퍼듀 미국대사는 CBS에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이란을 지원한 사실을 일부 인정했으며, 앞으로는 이란을 돕지 않겠다는 뜻도 전했다”고 양국 간 이면 협의 기류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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