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 펑리위안 여사가 이른바 ‘소프트파워 외교’ 전면에 나서며 세계 언론 이목을 끌었다. 굵직한 핵심 현안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펑 여사의 유연한 행보가 패권 경쟁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중국 외교부 등 주요 매체 보도와 발표를 종합하면 펑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은 인공지능(AI)과 대만 문제 등 껄끄러운 의제가 오가는 정상회담장 밖에서 통역 없이 영어로 직접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펑 여사는 2015년 뉴욕 유엔 행사에서 영어로 연설할 만큼 영어 사용에 능숙하다. 전문가들은 유명 소프라노 출신인 그가 가수·문화외교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영어를 익혔을 것이라 보고 있다.

두 영부인이 24일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청소년 합창단은 중국 민요 ‘모리화’를 불렀고, 펑 여사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합창이 끝난 뒤 아이들은 “고마워요, 펑 엄마!”라고 화답하며 친밀감을 표했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펑 여사가 “미국 청소년들이 계속해서 중국어와 문화를 공부하고 중미 간 우호 사절이 되기를 격려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펑 여사는 미국의 중국 문화재 반환 조처를 호평하면서 문화유산 보호 협력이 더 강화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SCMP는 자국 외교 사절로서 펑 여사가 선보인 패션이 문화적 자부심을 대변하는 도구로 쓰였다고 평했다. 펑 여사는 이번 방미 기간 서구 고가품 브랜드를 배제하고, 중국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자국 브랜드 의상을 고집했다. 23일 입은 회색 원피스와 24일 박물관에서 착용한 짙은 남색 드레스는 모두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의 깃 디자인을 차용해 눈길을 끌었다.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도 중국 느낌을 풍기는 붉은색 브이넥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SCMP는 “펑 여사가 중국 패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핵심 인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자평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대외 행보는 과거 권력을 휘두른 장칭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 부인들이 대외 노출을 꺼리던 관행과 대조를 이룬다. 인민해방군 소프라노 가수 출신인 펑 여사는 에이즈 퇴치 등 굵직한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조용한 영부인 상을 탈피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공식 발표문에서 “마음으로 사귀어야 그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펑 여사가 보여준 영부인 외교가 이번 국빈 방문에 부드러운 힘을 실어줬다고 호평했다.
중국뿐 아니라 서방 외교 전문가들 역시 펑 여사가 보여준 세련된 태도가 협상 테이블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지정학 전문가를 인용해 “펑 여사가 자칫 매우 냉혹해질 수 있는 외교에 더욱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미중 관계에 기분 좋은 순간들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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