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유럽에서도 공급망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양국이 인공지능(AI), 희토류 등 유럽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현안을 양자 협상으로만 다룰 경우 유럽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현지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이후 유럽에서 미·중 관계 안정에 대한 기대와 함께 향후 협상에서 유럽이 배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미·중 무역 휴전 연장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일부 완화된 점에 대해선 유럽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미국 시장 접근 확대와 관련한 합의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향후 중국과 유럽 간 무역 협상에서 유럽의 협상력을 강화할 여지도 남겼다.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무역협상은 10월 8일 베이징에서 이틀 간 열린다.
다만 미·중 양국이 유럽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럽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은 유럽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법인 ‘AI법(AI Act)’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 주요 규정을 본격 시행하고 있으며, AI 안전과 규범을 둘러싼 국제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AI 안전 기준이나 관련 협정을 양자 협상으로 정할 경우 유럽의 목소리가 반영될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정책센터(EPC)의 이안 에르난데스 정책분석가는 미·중 간 AI 협상이 진행될 경우 유럽이 관련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SCMP는 전했다.
희토류 공급 역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EU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EU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47%에 달한다. 이런 상태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틀어막자 EU는 지난 6월 중국과 개별 협의를 시작하며 희토류 문제를 별도 의제로 다루고 있다. EU 측은 내달 8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무역협상에서도 희토류 문제을 우선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유럽의회 중국대표단장인 엥긴 에로을루 의원은 “유럽의 주요 관심사는 희토류의 지속적인 공급”이라며 그러나 이번에 연장된 미·중 무역 휴전이 희토류 공급망에 충분한 명확성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여준 환대도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다. 에로을루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시진핑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줌으로써 중국에 엄청난 선물을 안겼고, 유럽과 일본 등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들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오는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초청한 점까지 거론하면서 “이번 방미 이후 유럽은 (외교적으로) 고립됐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기보다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를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르난데스 분석가는 희토류 등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국가들과 협력해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AI처럼 미국의 기술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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