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강자 지위에 이어 반도체 설계(팹리스)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모바일 칩 팹리스였던 미디어텍이 PC용 시스템반도체(SoC)에 진입한 데 이어, 엔비디아와 함께 서버용 맞춤형 반도체 설계까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제조(TSMC)와 설계(미디어텍)를 동시에 쥔 구도를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의 설계 역량 격차도 새삼 부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노트북 이어 서버까지… 미디어텍 설계 영역 전방위 확장
미디어텍은 최근 구글의 AI 노트북 플랫폼 ‘구글북’용 신형 SoC ‘디멘시티 CX C10 맥스’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Arm이 2024년 발표한 클라이언트용 컴퓨팅 서브시스템(CSS)을 기반으로, 코어텍스-X925 1개·코어텍스-X4 3개·코어텍스-A720 4개 등 8개 코어 CPU와 11코어 이모탈리스(Immortalis)-G925 MC11 GPU를 조합했다.
메모리는 LPDDR5X(최대 9600MT/s)를 채택했고, 최대 55 TOPS로 동작하는 자체 신경망처리장치(NPU) 890을 탑재해 온디바이스 AI 연산을 지원한다. 미디어텍은 “TSMC 3나노급 공정과 통합 설계를 바탕으로 냉각팬 없는 얇고 가벼운 노트북 구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 역시 TSMC에서 생산된다.
확장은 PC용 SoC에 그치지 않는다. 미디어텍은 지난 8월 31일(현지시각) 엔비디아로부터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투자를 유치하며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반도체 설계 사업도 본격화했다. 엔비디아의 상호연결 규격 ‘NVLink 퓨전’을 채택해 구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요구하는 맞춤형 XPU를 설계하고, 이를 엔비디아의 랙 스케일 AI 시스템에 연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미디어텍은 올해 데이터센터용 주문형 반도체 사업에서 약 20억달러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8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최대 15%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 대만 설계·제조 밸류체인 vs 파운드리에 머문 한국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TSMC와 경쟁 구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설계에서는 엑시노스 중심 모바일 SoC 외에 PC·서버향 상용 제품군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와 설계를 함께 쥔 대만과, 파운드리에서만 존재감이 있는 한국의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의 순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분기 71%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8%에 그쳤다. 삼성 파운드리·시스템LSI 두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부터 분기마다 1조~2조원대 적자를 이어오는 반면 미디어텍은 승승장구하며 아시아 시장에 이어 북미, 유럽 등으로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탄탄한 대만 반도체 생태계가 이 같은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한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디어텍의 성장은 설계 역량뿐 아니라 TSMC 파운드리, 후공정까지 이어지는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이 이미 촘촘하게 갖춰져 있었기에 가능한 그림”이라며 “엔비디아라는 우군까지 확보한 만큼 PC·서버 양쪽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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