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오티즘·Autism)는 넓고 다양한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 당사자마다 의사소통 방식과 감각, 일상의 조건이 천차만별로 다르지만 사회는 일부 장면과 익숙한 서사를 통해 이들을 쉽게 규정하고 있다.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본지는 ‘살아가는 오티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현장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인식이 얼마나 좁았는지 돌아보고 실재하는 삶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인식을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오티즘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존재의 조건을 인정하는 일이다. 이는 비장애인이 타자를 이해하고 관계 맺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기획이 오티즘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나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벚꽃과 개나리가 봄을 알리는 가운데, 푸른 조명이 우리 사회 곳곳을 밝히고 있다. 자폐성 장애(오티즘·Autism)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이해, 연대를 표하기 위한 국제적 공익 캠페인 ‘블루라이트 캠페인’이 이어지면서다.
8일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이하 ASK·Autism Society of Korea)에 따르면 올해 국내 블루라이트 캠페인은 세계자폐인의 날인 4월 2일을 전후해 지난 3월 16일부터 오는 10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이번 캠페인은 전국 주요 랜드마크와 건물 외벽에 파란 조명을 점등하거나 파란 티셔츠와 모자 등 관련 아이템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블루라이트 캠페인(Light It Up Blue)은 전 세계 랜드마크와 주요 건물에 파란빛을 밝혀 오티즘 당사자와 가족을 응원하고 오티즘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확산하기 위한 상징적 캠페인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오티즘 스픽스(Autism Speaks)가 2010년 시작한 이 캠페인은 자폐성장애에 대한 희망과 포용, 용기를 상징하는 파란색 조명을 통해 자폐인과 가족에게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자폐 관련 캠페인에서 파란색이 대표 색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국제 캠페인의 상징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07년 유엔이 매년 4월 2일을 ‘세계자폐인식의 날’로 지정한 이후 관련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파란색은 자폐 인식과 공감, 연대의 의미를 담은 대표 색으로 자리매김했다.
각국에서는 주요 건물과 시설물에 파란 조명을 밝히는 상징적 참여가 이어졌고 4월 2일을 전후해 파란색 의상을 착용하며 관심과 지지를 표현하는 문화도 함께 확산됐다.
![2015년 4월 2일을 맞아 블루라이트를 점등한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 전경. [사진=Sydney Opera House 공식 계정 페이스북 갈무리]](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2-0036/image-3a1a1e1d-9a6e-4721-8af6-de7dd8b08e07.jpeg)
실제 블루라이트 캠페인에는 세계적으로 상징성이 큰 랜드마크들이 대거 참여해 왔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백악관,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CN타워가 블루라이트 캠페인을 맞아시설물 외벽에 푸른 조명을 점등했다. 특히 올해 나이아가라 폭포는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빨강·하양·금색 등으로 조명 색에 변화를 줬다.
이 밖에도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남미에서도 대표 랜드마크들이 뜻을 함께했다. 대만의 타이베이 101 타워,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등 랜드마크가 블루라이트 캠페인에 참여하며 국제적 상징성을 보여줬다.
국내에서도 푸른빛은 세계자폐인의 날을 기념하는 현장을 밝혔다. ASK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한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블루라이트 점등식이 진행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기념식에는 ASK 김용직 회장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오상록 원장, 오티즘 당사자 최봄이 작가 등이 무대에 올라 푸른빛 점등에 함께했다.
올해는 남산서울타워, 제주도청, 부산타워, 인천대교, 부산시청 등 주요 공공기관과 랜드마크를 비롯해 강동그린나래복지센터,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센터봄, 해뜨는양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복지기관까지 총 162개 기관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지난 2일 오후 7시 26분경 CCTV를 통해 관찰된 인천대교 전경.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블루라이트를 점등하고 있다. [사진=인천대교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2-0036/image-a706ebc8-acdb-4aaa-a242-fd0d85694378.png)
인천대교는 10년 넘게 블루라이트 캠페인에 참여해온 국내 대표 사례다. 인천대교 주식회사 경영관리팀 박세훈 수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천대교는 2014년부터 참여해 거의 12~13년째 블루라이트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인천대교는 내부 기념관에서 장애인 고용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오티즘을 비롯한 장애인 인식 개선과 사회 참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사회공헌의 연장선에서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블루라이트 캠페인에는 기관과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동참하고 있었다. 5세 오티즘 남아를 키우는 다문화가정의 조성화씨는 지난 4일 세계 자폐인의 날을 맞아 파란색 옷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ASK 누리집에 게시했다.
조씨는 “세계자폐인의 날은 우리 가족에게 생일처럼 의미 있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위해 자폐증에 대해 매일 배우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와 더 많은 사람들이 자폐증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홍보해 주길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ASK는 ‘2026년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 블루라이트 캠페인 사진 콘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개인·단체 부문으로 나뉘어 열리는 이번 콘테스트는 파란 조명이나 관련 아이템, 현수막, 포스터, 출력물 등을 활용해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촬영한 뒤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결과는 4월 중순 발표될 예정이며, 우승작에는 상품권과 함께 세계자폐인의 날을 기념하는 한정판 굿즈가 제공된다.
![조씨가 ASK 누리집에 게시한 AI 생성 이미지. 가족 사진과 함께 게시한 이미지로, 사진을 본따 유사하게 만들었다. [사진=ASK 누리집 갈무리]](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2-0036/image-66f4511d-575b-421e-9680-54157f772f2f.png)
ASK는 이번 캠페인과 콘테스트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폐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연대의 메시지를 나누길 기대하고 있다.
ASK 채유빈 담당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매년 목표 기관 수를 조금씩 높이며 새로운 참여 기관을 발굴하고 있다”며 “올해는 개인·단체를 포함해 180개소를 목표로 잡았으며 이 가운데 단체는 162개소 정도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올해 사진 콘테스트를 함께 기획한 것도 캠페인 저변을 넓히기 위한 취지다. 채 담당은 “블루라이트 캠페인이 더 널리 알려져야 세계자폐인의 날의 의미와 오티즘에 대한 사회적 공감도 함께 확산될 수 있다”면서 “아무런 장치 없이 참여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이벤트와 콘테스트를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청이나 잠실 롯데타워처럼 시민들이 더 많이 보고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며 “향후에는 국내에만 그치지 않고 해외 거점과의 연계도 강화해 캠페인이 좀 더 국제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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