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오티즘)에 대한 이해도와 사회 인식을 생각해 봤을 때 대한민국은 아직 황무지라고 할 수 있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오티즘 당사자와 가족의 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개간해 온 사람들이 있다.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이뤄진 시상식은 이들의 실천에 공적 가치를 부여한 자리였다.
이번 포상은 그 성격의 다양성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과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상, 오티즘 프렌들리 어워드가 수상됐다. 국가 차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은 지속적인 인식 개선과 사회통합의 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협회장상은 당사자와 가족의 삶 속 실천과 성장을 조명했다. 오티즘 프렌들리 어워드는 사회 전반의 환경 변화를 이끈 협력의 가치를 드러냈다.
투데이신문은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오티즘 당사자와 가족의 권리 증진과 사회 인식 개선에 기여한 오티즘 동행인(人)들을 조명해 봤다.
![지난 2일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추현아 책임연구원이 주최측에 상장을 수여받고 있다. [사진제공=본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2-0036/image-f440ff5b-c735-411a-929e-ff6707ca99db.jpeg)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오티즘 연구와 인식 개선, 사회적 소통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는 포상이 이뤄졌다.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추현아 책임연구원은 오티즘의 조기 진단과 정밀 치료 전략 개발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이 발달장애인들의 삶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꾸준히 탐구해 온 연구자다.
오티즘은 국내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불리며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어려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특성 등을 보이는 신경발달적 특성을 뜻한다. ‘스펙트럼’이라는 표현처럼 개인마다 특성과 지원 필요 수준은 매우 다양하다. 발달장애는 이보다 넓은 범주로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은 매해 4월 2일 세계자폐인의 날을 계기로 수여되는 상으로, 오티즘 당사자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의 공로를 국가 차원에서 공식 인정한다는 점에서 높은 공신력과 상징성을 지닌다. 특히 이번 수상자는 연구 성과뿐 아니라 인식 개선과 사회적 공헌 활동을 병행해 온 점이 높이 평가됐다.
추 책임연구원은 2017년부터 오티즘의 생물학적 기전을 바탕으로 한 치료제 연구를 지속해 온 동시에 연구 현장과 사회를 연결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특히 2023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키스트미래재단, 서울대학교병원이 공동 주최한 ‘Autism Eeum Festival’에서 중심 역할을 맡아 연구자·임상의·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며 인식 개선의 접점을 넓혀왔다.
연구와 사회적 실천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확장해 온 행보가 이번 수상의 밑거름이 된 격이다. 투데이신문은 그가 지나온 연구와 현장 활동의 과정,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변화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추 책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Q. 제19회 세계자폐인의날 기념행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수상이 있기까지 오티즘과 관련해 그간 어떤 활동에 집중해 왔는지 소개해 달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으로 2017년부터 오티즘 연구를 지속해 왔다. 연구에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제 개발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여러 박사님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치료제 분야를 맡아 연구하고 있고 자폐 치료가 분자 타겟 기반의 정밀 치료로 확장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했다.
한편 2023년부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키스트미래재단, 서울대학교병원 발달장애인거점병원이 공동 주최하는 Autism Eeum Festival(이음 페스티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연구자·임상의·오티즘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기반의 연구가 사회적 공감과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Q. 3년 이상 오티즘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 왔다. 활동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연구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연구를 하다 보면 오티즘은 실제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영역이라는 점을 계속 느끼게 된다. 그런 만큼 연구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현장에서 당사자와 가족분들을 직접 만나면서 연구와 사회적 활동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체감한 적도 있었다.
![지난해 개최된 오티즘 이음 페스티벌에서 축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2-0036/image-599754ed-2dbb-4b9a-9c76-e43274f431fe.jpeg)
Q. 이번 수상에 대한 소감과 함께 해당 상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이번 수상은 연구를 함께해 준 모든 분들의 노력에 대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연구 성과뿐 아니라 인식 개선과 사회공헌 활동이 함께 평가됐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이 사회와 연결되는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앞으로는 이 상이 격려이자 책임으로 다가오는 만큼 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한다.
Q. 그동안의 활동이 오티즘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변화나 영향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지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드린다.
아직 큰 변화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티즘에 대해 주변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말하자면 Autism Eeum Festival(이음 페스티벌)과 같은 현장에서 오티즘 당사자와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꼽고 싶다.
처음에는 서로 낯설어하던 분위기가 활동을 통해 점차 편안해지는 과정을 보면서 이런 경험 자체가 인식 개선에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가족분들께서 저희가 준비한 세미나 발표에 많은 관심을 보이시고 다양한 질문을 주셨던 점이다. 이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는 새로운 진단과 치료 기술이나 연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이러한 내용을 더 많이, 쉽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제135회 대한화학회 학술발표회에 추현아 책임연구원(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실험 연구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2-0036/image-b8cd23f6-1149-41f1-87a4-d793d8d2e3f6.jpeg)
Q. 현장에서 활동하시며 느끼기에 오티즘 당사자와 가족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정책이나 제도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오티즘은 생애 전반에 걸쳐 지원이 필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편적인 지원이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성인기 이후의 지원, 즉 고용, 주거, 사회참여와 관련된 제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며 자립을 지원하는 구조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립지원사업이나 신탁사업과 같은 시도는 분명히 의미 있는 방향일 것이다.
앞으로는 기술적인 접근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부모나 보호자의 돌봄 방식과 의사소통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인 오티즘 당사자의 일상생활을 보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보다 독립적인 삶을 지원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오랜 기간 활동을 지속하면서 어려움이나 한계를 느낀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어떤 한계를 느꼈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도 함께 말씀 부탁드린다.
연구 분야에서 자폐의 생물학적 기전이 매우 복잡하고 개인 간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하나의 접근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자주 느낀다. 이 같은 한계는 오히려 협력의 필요성을 더 분명하게 해 줬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임상의, 그리고 현장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보다 더 확장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 왔다.
Q. 앞으로 오티즘 인식 개선 및 관련 활동과 관련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연구 측면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핵심 증상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밀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사회적 측면에서는 이음 페스티벌을 더욱 확장해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연구와 사회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며 발전하는 모델을 구축하면 좋을 것 같다.
![지난 2일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추현아 책임연구원(가장 왼쪽)과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2-0036/image-0e21fdca-7f7d-4527-936c-eb26a771fcdf.jpeg)
Q. 본인에게 ‘오티즘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티즘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티즘은 다양한 생물학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앞으로도 더 많은 원인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로 연결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따라서 오티즘을 이해한다는 것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오티즘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한 시점에서 비장애인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린다.
일상 속에서 오티즘 당사자를 마주했을 때 무심한 듯하지만 따뜻한 시선과 응원의 마음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각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표현한다. 이러한 다양성(다채로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작은 태도들이 모일 때, 보다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다. 오티즘은 우리가 함께 이해하고 살아가야 할 다채로움의 한 모습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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