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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만 더 있었어도”…구의역 참사 10년에도 반복되는 단독작업

투데이신문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대합실에서 공공운수노조원들이 구의역 산재사망 참사 10주기 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대합실에서 공공운수노조원들이 구의역 산재사망 참사 10주기 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10주기를 열흘 앞두고 노동계가 추모주간을 선포했다. 노동계는 참사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2인 1조’ 원칙이 법제화되지 않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도가 높은 유지보수·점검 업무를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는 구조도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단체들은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청년 노동자 김군 사고의 추모주간을 선포하며 사고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 ‘위험의 외주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군은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중 열차와 충돌해 숨졌다. 당시 19세였던 김군은 서울메트로 협력업체 은성PSD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사고 당시 스크린도어 점검·수리 업무는 2인 1조로 이뤄져야 했지만 김군은 동료 없이 홀로 작업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노동계는 김군이 하청업체 직원으로서 업무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위험 상황에서도 작업을 중단할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참사 이후 2인 1조 작업 원칙은 강화됐지만 현장에서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독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여전히 빈번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2016년 이후에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와 김충현씨 사망사고 등 단독작업 중 사고가 반복돼 왔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서도 단독작업 중 사망 문제가 확인됐다. 노동부가 조사한 사고 사망재해의 ‘동시 작업 인원별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감독관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 가운데 혼자 작업하다 숨진 노동자는 3884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고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10주기인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공공운수노조원들이 사고현장을 찾아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10주기인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공공운수노조원들이 사고현장을 찾아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따라 2인 1조 작업 법제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구의역 참사 직후인 2016년 생명안전업무 외주화와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의역 재발방지법’이 발의된 데 이어, 2023년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과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도 위험작업 시 2인 1조 작업을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동계는 강 의원이 추진 중인 위험업무 2인 1조 의무화 법 개정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회에는 공공운수노조와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서울교통공사노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많은 노동자가 혼자 작업하다 참변을 당했고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서 이번 법안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현장에 동료가 한 명만 더 있었더라도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단독작업 방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책연구소 이음 한인임 이사는 토론회에서 “그동안 2인 1조 필요성은 각종 규칙과 지침, 가이드라인에 낮은 수준으로 존재했지만 벌칙도 없고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 규제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위법에 근거가 없으면 벌칙 적용이 어려운 만큼 산업안전보건법에 2인 1조 작업 의무를 명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2인 1조가 깨져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산안법상 가장 강한 벌칙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야간 단독작업이나 외진 장소에서의 작업은 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이 크다”며 “이번 기회에 전 산업·전 업종·전 작업을 대상으로 2인 1조가 필요한 업무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시행령에서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11월 서울 동작구 사당역 승강장이 시민들로 가득차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3년 11월 서울 동작구 사당역 승강장이 시민들로 가득차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까지도 서울교통공사 인력을 감축하려고 시도해 노조 측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누적 적자 확대에 따른 경영 정상화 필요성이 배경이다. 노동계 측은 차량·정비·시설 유지보수 등 시민 안전과 직결된 업무까지 감축 대상에 포함돼 있다며 안전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서울시의 지속적인 인력 감축 기조와 관련해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진접차량기지 이전에 필요한 추가 인력을 공사가 채용하려 해도 서울시가 정원 증원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원을 늘려주지 않으면 이후 초과 정원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줄이라는 압박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 부족이 결국 외주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 관계자는 “특정 업무를 외주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인력 감축은 결국 업무 외주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 정규직 직원들이 맡던 역사 누수 업무가 건당 계약 방식으로 외부 업체에 넘어간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의역 사고의 구조적 원인은 외주화와 높은 노동강도,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2인 1조조차 어려운 구조에 있었다”며 “이 문제는 결국 인력 효율화와 감축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연결된다. 외주화가 진행되고 인력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2인 1조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손진우 소장은 본보에 “공공기관부터 모범 사업주로서 선도적 사례를 만들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면서도 “2인 1조 작업을 법제화하더라도 열거된 특정 작업으로 규정이 한정된다면 일부만 지키면 된다는 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2인 1조 자체라기보다 위험한 작업 관행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있다”며 “위험을 평가·예측·개선·관리하고 현장에서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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