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 경쟁이 ‘펜트하우스 전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고급 호텔에서나 보던 펜트하우스가 아파트 최상위층에 들어서는 것으로, 사실 펜트하우스는 ‘호텔’ 보다는 영국, 미국 등에서 최고급 아파트나 콘도미니엄의 맨 꼭대기 층을 일컫는다.
1920년대 미국은 경제가 엄청나게 호황을 누리면서 뉴욕에 초고층 빌딩(스카이스크래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엘리베이터 덕분에 높은 층일수록 가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의 발명 덕분에 고층일수록 프리미엄이 붙게 된 것이다.
당시 뉴욕 같은 대도시의 경우 초기 자동차, 공장 등에서 나오는 소음과 매연으로 가득해 돈이 많은 자산가들은 복잡한 길거리와 이웃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도시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나 혼자만 조용히 쉴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원했고, 그 해답이 바로 건물의 최고층이 생겨난 것이다.
건축법상 고층 빌딩을 지을 때 위로 갈수록 계단식으로 깎아서 짓는 ‘사선 제한(Setback)’ 규칙이 있는데, 이에 자연스럽게 꼭대기 층에는 넓은 여유 공간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건축가들이 이곳을 멋진 정원이나 개인 테라스로 꾸며 아파트를 만들었다. 탁 트인 도시 전망(뷰)을 독점하면서 넓은 야외 테라스까지 누릴 수 있게 되자, 부자들이 이 공간을 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100년 전 뉴욕을 뒤흔든 이 럭셔리 주거 트렌드가 오늘날 대한민국 강남 한복판에서 재현되고 있다. 압구정과 신반포 일대 등 한강 변 최고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자존심을 건 설계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압구정 5구역이다. 이곳에 출사표를 던진 DL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를 제안하며 파격적인 최상층 설계를 선보였다. 한 층을 단 한 세대가 통째로 사용하는 구조부터, 대형 개인 테라스를 품은 복층형 맨션, 그리고 국내 공동주택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초대형 ‘슈퍼 펜트하우스’까지 동별 장점을 극대화한 하이엔드 공간을 대거 배치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펜트하우스’까지 공들이는 이유는 상징성과 희소성을 앞세워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초고가 펜트하우스는 일반분양 시 엄청난 고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으로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낮추고 사업성을 끌어올리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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