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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책자금이 다시 ‘마중물’이 되려면

전자신문

‘브로커’는 사전적 의미로 ‘중개 상인’ 또는 사기성이 있는 ‘거간꾼’이다. 그렇다면 정책자금 브로커는 무엇일까. 최근 거리의 현수막과 인터넷 광고, 문자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정책자금 대출 안내, 바로 그들이 정책자금 브로커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정책대출과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예산 편성에 따라 이를 노리는 불법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며 제3자 부당 개입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정책자금을 대신 받아주겠다며 접근해 선금과 성공보수 등 과도한 수수료 요구, 공공기관 사칭, 서류 조작과 보험 가입 요구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제3자 부당개입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한 불법 영업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정책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고,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국가 예산을 중간에서 가로챈다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소상공인들이 복잡한 신청 절차와 어려운 사업계획서 작성, 정보 부족을 이유로 브로커를 찾고 있다. 실제로 “혼자 준비하기 어렵다” “생업 때문에 서류를 챙길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목소리가 많다. 지원사업은 다양해졌지만 기관별 요건과 절차가 다르고, 행정 처리에 능숙하지 못한 소상공인 입장에서 높은 문턱으로 느껴져 그 틈새를 브로커들이 파고든 것이다.

결국 제3자 부당 개입 문제는 단속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강력한 제재와 함께 제도 정비를 통한 지원체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3자 부당 개입 문제해결 TF’를 구성하고 경찰청,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함께 대응체계를 강화하며 신고센터 운영, 신고 포상제 도입, 자진신고자 면책제도 운영, 민관 합동 모니터링 및 비상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예방 중심의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동일 IP를 활용한 반복 신청 여부와 사업계획서 유사·중복 정도를 점검하는 시스템을 정책자금과 보조사업 전반으로 확대하고, 평가위원 난수 추첨 방식 도입과 평가 절차 개선도 추진 중이다. 또 신청서류 감축을 통해 서류 부담을 완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사업계획서 작성을 지원하는 등 정책 신청 과정 자체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바꾸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역시 올해부터 신고 포상제와 자진신고 면책제도를 운영하며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특정 기간 내 정책자금 대출을 보장하거나 승인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안내하면서 착수금·계약금 등의 선지급 비용을 요구한 정황과 공단을 사칭해 위조문서를 발송한 정황이 확인된 사례를 대상으로 수사 의뢰가 진행된 3건에 대해 총 150만원이 지급되기도 했다. 이는 신고가 실제 조치와 연결된 첫 사례로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장에서는 컨설팅과 부당 개입의 경계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 자문과 불법 대행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법적 근거와 제재 체계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본질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다. 정책자금은 누군가의 영업 수단이나 ‘눈먼 돈’이 아니다. 혁신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자 위기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안전망이며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소중한 공적 자금이다. 정당한 노력보다 반칙이 통하는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 공정하고 투명한 정책자금 지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원칙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다”라는 믿음이 현장에 뿌리내릴 때, 정책자금은 비로소 누군가의 이익 수단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진정한 ‘마중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태용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이사장 tyahn100@sema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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