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경제플러스 = 김영혜 기자] 직장인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술 없이 하루를 채우는 ‘소버 라이프(Sober Life, 취하지 않는 삶)’가 한때의 트렌드를 넘어 일상의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종합커뮤니케이션그룹 KPR(사장 김강진) 부설 KPR 인사이트연구소가 온라인 빅데이터를 들여다본 결과, ‘소버’, ‘금주’, ‘술 안 마심’이라는 키워드 옆에는 어김없이 ‘건강’, ‘관리’, ‘운동’, ‘습관’, ‘수면’ 같은 자기관리 단어들이 따라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꾸준히’, ‘변화’, ‘경험’이라는 표현이 함께 등장하면서, 음주를 줄이는 행위가 짧은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루틴 관리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소비자들의 실제 목소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VOC 분석에서 사람들은 “숙취로 다음 날을 허비하느니 운동이나 독서에 시간을 쓰겠다”, “술 없이 만나는 자리가 오히려 대화 밀도가 높고 생산적”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음주 감소의 동기가 단순한 건강 염려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경험의 질을 끌어올리려는 이른바 ‘네오 웰니스(Neo-Wellness)’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나이키 런 클럽(NRC) 관련 온라인 언급에서도 ‘저녁’과 ‘아침’이라는 시간 키워드가 ‘루틴’과 짝지어 등장하는 빈도가 높았는데, 이는 과거 술자리로 채워지던 저녁 시간대가 운동 시간으로 대체되는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이런 인식의 전환은 실제 지갑이 열리는 방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토스(Toss) 카드 결제 데이터를 보면 2025년 1월 기준 교육·운동·독서 등 자기계발 카테고리 결제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약 20% 늘었다. 반면 주점 업종의 소비 가중치는 2023년 100을 기준으로 2025년 80 수준까지 내려앉으며 외식과 모임 소비에서 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술자리의 가성비가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저녁 모임의 무대는 자연스럽게 ‘체류형 카페’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스타벅스, 할리스, 메가커피 등은 야간 영업 시간을 늘리고 좌석 배치를 새롭게 짜며 이 흐름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주류 시장 안에서도 무게 중심이 ‘양’에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통 주종인 소주는 14.8%, 맥주는 20.4% 소비량이 줄어든 반면, 화이트 와인과 사케처럼 취향을 반영한 프리미엄 주종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무알콜 제품의 약진은 더욱 극적이다. 카스 0.0과 같은 무알콜 맥주가 입점한 식당 수는 1년 사이 1만2000곳에서 5만 곳으로 4배 넘게 폭증했고, 이제 무알콜 음료는 외식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기본 주문’ 항목으로 안착했다.
KPR 인사이트연구소 신명희 소장은 “빅데이터가 말해주듯, 오늘날 주류 브랜드의 경쟁자는 더 이상 다른 술이 아니라 러닝 앱, 피트니스 스튜디오, 체류형 카페가 됐다”며 “술자리가 비워낸 자리를 채우는 ‘소버 이코노미’ 시대에는 제품 자체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시간과 경험의 맥락을 설계하는 브랜드가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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