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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협박죄’ 시행·강화에도 범죄 계속…“손배 책임 제도화 필요”

투데이신문

지난해 8월 11일 광주 동구 롯데백화점에서 군·경찰의 폭발물 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8월 11일 광주 동구 롯데백화점에서 군·경찰의 폭발물 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경찰이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허위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등학생 A군을 상대로 7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며 공중협박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공중협박죄가 신설된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사회적 경각심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데다 손해배상 책임을 직접 규정한 별도 법조항도 없어 허위 협박 범죄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은 전날 공중협박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교생 A군을 상대로 7164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경찰 인력 투입 과정에서 발생한 시간 외 수당 5738만원을 비롯해 기본급여 1346만원, 112 출동수당 28만원, 출장비·급식비 50만원 등을 합산해 산정됐다. 이는 지난해 3월 공중협박죄 도입 이후 경찰이 제기한 관련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A군은 지난해 10월 13일부터 21일까지 인천 서구 소재 모 고등학교 등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허위 협박 글을 119안전신고센터에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군에게 장기 1년 6개월~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경찰은 피해 규모와 관계없이 폭파 협박 사범 전반에 대해 민사상 책임까지 적극적으로 묻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 글’ 작성자와 ‘야탑역 살인 예고 글’ 게시자에게도 각각 1200만원대와 550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추가로 9건의 관련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경찰의 강경 대응 기조에도 불구하고 폭파 협박이나 살인 예고 등 허위 협박 범죄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공개 게시글 형태의 폭발물 협박 사건은 총 99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협박 장소는 연예인 자택, 백화점, 회사 사옥, 지하철역 등으로 다양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건물 폭파 협박 신고가 접수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에 경찰과 군이 수색을 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2월 15일 건물 폭파 협박 신고가 접수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에 경찰과 군이 수색을 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최근에도 협박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전날 공중협박 혐의로 60대 남성 B씨를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B씨는 지난 20일 SNS에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대규모 행사나 공연을 겨냥한 협박 신고도 반복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BTS 컴백 공연과 관련해서도 공중협박 신고 3건이 접수된 바 있다. 다만 조사 결과 실제 테러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한 경우 적용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중협박 범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실제 배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사 소송에 앞서 수사와 형사재판 절차가 선행돼야 하는 데다 공중협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직접 명시한 별도의 법 조항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중협박죄가 지난해 3월 형법 개정으로 신설된 비교적 새로운 범죄 유형인 만큼 허위 협박 게시 행위 역시 명백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공중협박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공중협박 행위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처벌과 경제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이정덕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중협박죄는 아직 적용 범위와 기준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법원 판단 과정에서 법 적용 범위가 좁게 해석될 경우 수사기관 역시 공중협박죄 적용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고 무리한 수사나 기소라는 비판 부담까지 안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중협박 범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직접 규정한 별도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 역시 한계로 작용한다”며 “형사처벌과 민사 책임 기준이 보다 명확하게 제도화돼야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국민들도 허위 협박 행위가 중대한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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