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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현장] 정신장애 당사자의 ‘자부심’ 외친 매드프라이드…“편견 대신 존엄을”

투데이신문

정신장애·정신질환 당사자와 시민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일대에서 열린 매드프라이드 페스티벌 퍼레이드에 참여해 “자유가 곧 치료”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정신장애·정신질환 당사자와 시민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일대에서 열린 매드프라이드 페스티벌 퍼레이드에 참여해 “자유가 곧 치료”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자유가! 치료다! 치료가! 별 건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일대에 이 같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공동 주최한 매드프라이드 페스티벌에는 정신장애·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 시민 등 약 4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매드 프라이드(Mad Pride)는 정신질환·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시작된 국제적 인권 운동이자 문화 축제다. ‘미친 자존심’ 또는 ‘미친 자부심’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정신질환을 부정하거나 숨겨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번 행사는 오는 24일 세계조현병의 날을 맞아 그동안 해마다 각각 열려온 ‘매드프라이드 서울’과 ‘뷰티풀 마인드 페스티벌’을 통합해 마련됐다. 두 행사는 정신질환·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주체가 돼 자신의 경험과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는 공론장 역할을 해왔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됐다. 특히 이번에는 일본 정신장애·정신질환 당사자 단체인 ‘포르케’ 소속 활동가 11명이 방한해 행사에 함께했다.

행사 이후 포르케 활동가들은 일본 내 정신장애 인권위원회 설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 관련 제도와 운영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들은 오는 23일 한일 동료지원 국제세미나와 권익보호 국제좌담회에도 참석해 정신장애 인권 의제를 공유할 예정이다.

매드프라이드 페스티벌 무대가 보이는 전경. ⓒ투데이신문
매드프라이드 페스티벌 무대가 보이는 전경. ⓒ투데이신문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연맹(DPI) 이영석 회장은 현장 발언에서 “내년에는 한국 단체가 일본을 방문해 정신장애인 인권과 한국 시스템의 문제점 등을 공유하고 일본의 여러 상황도 배우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당사자와 가족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왔지만 정책은 우리의 요구를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와 권리를 당당하게 외치기 위해 모인 자리”라고 말했다.

개회식과 축사 이후에는 정신장애·정신질환 당사자들의 3분 스피치 ‘세상을 향해 외쳐라’가 진행됐다. 정신장애 당사자인 박영미 시인은 스피치에 나서 “투쟁은 선한 것이며 약자 편에 선 숭고한 외침”이라며 “투쟁은 나 자신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정신장애인은 약할지라도 우리는 강하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우리는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람이다.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며 “우리도 아픔 속에서 핀 어여쁜 꽃이며 아픈 상처를 입으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약자들이다. 우리를 환자로 보지 말고 하나의 인격으로 대해 달라. 색안경을 끼고 우리를 바라보지 말라”고 말했다.

매드프라이드 페스티벌 참가자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일대에서 침대 밀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구호를 소리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매드프라이드 페스티벌 참가자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일대에서 침대 밀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구호를 소리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오후 1시부터 한 시간가량 진행된 퍼레이드에는 ‘마르코 카발로’가 함께했으며 침대 밀기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마르코 카발로는 1973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산 조반니 정신병원의 환자와 예술가, 직원들이 함께 만든 거대한 파란색 말 조각상이다. 이름은 과거 병원에서 빨래와 쓰레기를 외부 시설로 운반하던 말 ‘마르코’에서 따왔다.

당시 일부 환자들은 병원 밖을 정기적으로 오갈 수 있었던 마르코와 깊은 유대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마르코 카발로는 폐쇄적 정신병원 환경을 넘어 바깥세상과 자유, 탈시설화를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침대 밀기 퍼포먼스는 정신병원의 격리·수용 중심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로, 시설을 벗어나 자유롭게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탈시설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병원 침대를 거리로 끌어내며 정신질환자와 장애인의 삶을 사회적으로 가시화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페스티벌 참석자들은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걸으며 “자유가 곧 치료”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치료가 결코 멀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참가자 중 일부는 자신의 삶을 담은 랩을 선보였고 또 다른 이들은 흥겨운 춤으로 행진의 분위기를 북돋웠다.

퍼레이드에 참여한 정신병동 강제입원 경험 당사자 장우석 작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사자와 회복자들이 함께 거리에서 자유를 외치며 행진할 수 있는 날이 올 줄 몰랐다”며 “이런 자리는 페스티벌이 아니었다면 쉽게 마련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작가는 이어 “병원 치료와 약물, 여러 치료 방법을 경험해 봤지만 결국 당사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매드프라이드 페스티벌이 열린 22일 서울 여의도 행사장에 키보드캡(키캡) 만들기 체험 부스가 설치돼 있다. ⓒ투데이신문
매드프라이드 페스티벌이 열린 22일 서울 여의도 행사장에 키보드캡(키캡) 만들기 체험 부스가 설치돼 있다. ⓒ투데이신문

이번 페스티벌은 두 행사가 통합돼 진행된 만큼 이전 행사들보다 더 많은 부스가 운영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었던 부스는 단연 ‘키보드캡(키캡) 만들기 부스’였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키캡 만들기 부스에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끼울 수 있는 키캡의 종류는 4가지뿐이었지만 행사 참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부스에서 키캡을 제작한 정신장애 당사자 이모(30)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유행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데, 오늘 행사에서 처음 접하게 돼 반가웠다. 키캡을 누르고 있으니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키캡이 눌리는 ‘찰칵찰칵’ 소리는 해당 부스로부터 퍼지기 시작해 행사장 전역으로 이어졌다. 행사에서 사회를 본 정신장애 당사자 박원경(38)씨도 키캡 만들기 부스에 참여했다. 그는 “평소에 마음이 힘들고 힐링하고 싶을 때 ASMR처럼 만진다”면서 “타건감이 좋아서 재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페스티벌에는 얼굴 노출을 원하지 않는 이전 행사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가면 꾸미기, 영수증 사진 촬영 부스, 자신에게 보내는 부적 꾸미기 부스 등이 설치됐다. 인권 침해를 받은 당사자들을 위한 법률 상담 부스도 함께 운영됐다.

행사를 기획한 은평장애인가족지원센터 정지연 팀장은 본보에 “처음에는 사람들을 많이 불러모으기 위해 최근 유행하는 키캡 부스를 기획했는데, 부스 반응을 살펴보니 키캡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 기쁘다”며 “2027년 행사는 더 좋은 부스를 마련해 참가자를 더 모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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